[아침햇살] MB 정부, 또 군미필 총리라니...
고하승
| 2010-09-16 15:15:59
편집국장 고하승
혹시 이명박 대통령은 당당하게 군복무를 마친 군필자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후보자로 내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역시 군 면제자였다.
김황식 총리 후보자는 양쪽 눈의 시력 격차가 워낙 커서 군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 역시 기관지 확장증으로 군면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군면제 대통령에 군면제 총리'란 국민의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군 미필 공화국’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군 미필자였다.
현직 장관들 가운데서도 군 미필자들이 수두룩하다.
오죽하면 보수언론인인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국무회의때 '군대 갔다 오신 분?'하고 점검해보고 싶다"며 MB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겠는가.
실제 8.8 내각 당시 일부 장관들이 교체됐지만, ‘하악관절염’을 사유로 군면제를 받은 원세훈 국정원장과 ‘전구성 탈구 좌슬 운동제한’이라는 사유로 면제된 윤증현 재정경제부 장관, 입영후 신체검사에서 면제받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생계곤란으로 입대 연기 후 면제 받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모두 유임됐다.
공교롭게도 군 면제자들이 모두 살아남은 것이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연 치고는 현 정부에 군면제 장관들이 너무나 많고, 필연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대한민국 성인남자라면 군대를 가는 게 상식이다.
실제 지난 30년간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율은 6.4%에 불과했다. 즉 성인남자 100명중 6명 정도만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여당의 대표인 안상수 대표도 군 면제자 아닌가.
과연 이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시 대통령이 군 면제자를 특별대우 하거나 군필자를 특별히 싫어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필연적인 결과는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듯 황당한 ‘군면제 내각’이 구성될 수 있겠는가.
정말 귀신이 곡(哭)할 노릇이다.
그런데도 제1 야당인 민주당은 김황식 총리 내정자에 대해 ‘적당한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김 총리 내정자의 출신지가 민주당 텃밭인 호남이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여권 핵심부는 김 감사원장을 총리후보자로 내정하기 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지도부에 김원장의 자질에 대한 반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야권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영택 대변인은 “김 감사원장의 총리 내정은 이명박 정부 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영남 편중 인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올바른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
군 면제를 둘러싼 총리 내정자의 병역기피 의혹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보통의 남자, 국가의 부름에 따라 군대를 갔다 온 94.6%의 성인남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 분노의 소리를 야당이 외면한다면, 그건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당하겠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야당은 보다 철저하게 청문회를 준비해야만 한다.
병역기피 의혹은 물론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 제기되었던 세금 탈루 등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한 재규명과 함께 김 지명자의 업무능력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필자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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