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손학규 갈등, 일촉즉발 위기

정 “손 후보 측 불법 자행”...손 “터무니없는 마타도어”

고하승

| 2010-09-30 12:12:01

[시민일보] 10.3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의 대표적 주자인 정세균 후보 측과 손학규 후보 측의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정세균 후보 측은 30일 손학규 후보 측을 겨냥, “지난 28일 일부 언론에 의해 보도된 여론조사 기사가 손학규 후보측에서 건넨 자료에 의해 작성됐다”며 “축제가 돼야 할 민주당 전당대회를 구시대적 공작정치가 오염시키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정 후보 측은 이날 “이는 중대한 선거범죄”라며 손학규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두 후보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9일 손학규 후보가 유리하게 나온 오래된 조사결과가 실린 한 주간지가 여의도 일대에 다량 살포됐고, 대의원과 당원들에게까지 무차별 살포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는 것이 정세균 후보 측 주장이다.

정 후보 측은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선거일 전 6일전부터 누구든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손 후보 측이 불법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 후보 측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련 기사 때문인지 해당 매체가 동이나서 현재 서울시내에서 구입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손 후보 측은 오히려 정 후보 측을 겨냥, “지지성명에 동의하지 않은 시도지사나 지역위원장 이름을 도용하고 줄세우기행태에 대해 당원과 국민께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며 "현재 정 후보 측의 금품 향응 관련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고 이에 대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두 후보 간의 갈등은 친노 그룹의 지지문제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앞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청정회는 "2012년 정권교체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김대중의 철학과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정통성 있는 리더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누구나 '김대중·노무현'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나 '김대중·노무현'을 이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진보세력의 연대와 통합에 기꺼이 헌신할 '선당후사의 헌신적 리더십'만이 두 분의 뜻을 받들 수 있다"면서 "청정회가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손학규 후보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제창 의원은 반대성명을 통해 "청정회의 정세균 지지성명은 노무현 정신에 어긋난다"며 "(청정회의) 성명은 청정회 전체 회원의 뜻을 반영한 것이 아니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청정회는 일종의 친목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라면서, "정세균 지지성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회를 열거나 전체 회원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의견수렴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우 의원은 청정회 회원들 중 이광재 강원도지사, 송민순 의원,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홍보수석 등 15명이 정세균 후보 지지성명에 반대했음을 공개했다.

이강철 전 수석도 반대성명을 내고 "청정회 회원 다수는 물론, 노 전 대통령을 따르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많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뜻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성명은 노무현정신의 심한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실시한 MBC-TV 토론에서도 양측이 맞붙었다.

정세균 후보가 손학규 후보를 겨냥, "대선 후보가 1,2,3등도 아니고, 4등도 다른 야당이고, 5등이라는 말에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은 데 대해 손학규 후보는 "순위가 낮은 건 사실이지만, 대단히 죄송하지만 정 대표께선 그 반열에 올라서지도 못하지 않느냐"고 반격을 가했다.

정 후보와 손 후보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두 후보의 지지층이 서로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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