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를 완성하는 가장 큰 인프라

평택시의회 오명근 의원

김유진

| 2010-10-05 09:38:28

(평택시의회 오명근 의원)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서 한·일간의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120분간의 혈투와 승부차기 끝에 온 국민이 감격의 순간을 맞보게 되었다.

월드컵이라는 이름값에다 한·일간의 대결이라는 데서 우리 국민은 더욱 희열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 과거의 가슴 아픈 기억으로 어찌 보면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던 일이 떠오른다.

일본 후쿠오카 구마모토 사회시설협의회 사회복지법인 一生會 이사장인 아오끼 유우진이사장의 초청으로 평택대학교 대학원장 김범수 교수와 22명이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시설연수를 다녀온 것이다.

‘매구인’이라 불리 우는 맹인들과 ‘바레인’이라 불리 우는 지체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시설들을 돌아보았는데 놀랍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었다.

우선 내게 놀라운 일은 시설이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최신의 설비를 갖춘 완벽한 목욕탕과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 아늑함과 안전을 겸비한 침대와 다다미 방들은 맹인들과 지체장애인들에게 최적의 편안함과 만족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1백명의 환자를 위해 70명의 직원들이 마치 자신의 부모인 양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나는 ‘이것이 진정한 사회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영양사 등 모든 직원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부모에게 하듯 지극정성으로 돌보면서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정성껏 편안히 보살피는 것이 내 의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정도의 시설과 인력에 대해 개인의 부담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2000년부터 일본이 노인요양 보장을 위해 시작한 개호(介護)보험제도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개호보험은 의료보험과는 구분되는 노인만을 위한 보험제도라고 한다.

노인들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면서 스스로 부담하는 돈은 전체 비용 가운데 불과 10%, 나머지 90%는 개호보험에서 지급되는데 노인요양 서비스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사회보험을 만들고, 일반기업이나 시민단체들이 노인 요양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참여하는 제도인 것이다.

일본이 개호보험을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의료보험에서 차지하는 노인의료비 비중이 31%까지 치솟게 되면서 노인진료비 때문에 의료보험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가 되면서 65세 이상 노인들과, 40세에서 64세까지의 의료보험 가입자가 낸 돈으로 절반, 나머지 절반은 국가의 일반 재정 부담으로 충당하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07년부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개호보험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주체여서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운영에 반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고 있어 전국에 고른 혜택을 기대하다 보니 지극히 피동적이고,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수를 통해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일하는 자세였다.

1백명의 맹인이나 지체장애인들의 특성이나 개인의 취향까지 파악하고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자세야 말로 진정으로 사회복지를 완성하는 가장 큰 인프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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