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강예술섬'사업…

또 맞붙은 서울시-시의회

고하승

| 2010-10-05 11:14:45

시의회 "고무줄 예산… 안정적 재원확보 계획 없다
서울시 "추가공사비 추산 어려워… 내달 발주 강행"

[시민일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문화시설을 짓는 ‘한강 예술섬’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오는 2014년까지 총 공사비 5909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반면, 서울시는 당장 다음달에 발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김태희 서울시의원은 5일 MBC 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문화도시 건설을 표방하면서 대규모 시설을 짓는다고 해서 문화가 활성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에 맞게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수요를 예측을 해서 중소형 공연장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한강 예술섬’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한강 예술섬 건립 계획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임기 말 2005년 1월쯤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으로 시작한 것을 2006년 7월 오세훈 시장이 취임을 해서 다양한 공연전시행사를 소화할 수 있는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으로 확대하게 됐는데 이상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 시장 후보시절이던 2006년 5월8일 관훈토론회에서도 그렇고, 6월 28일 환경토론회에서도 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랜드마크냐,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재고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취임하고 나서 문화공연시설 확충방안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장이 왜 이렇게 태도를 바꾸게 됐는지 아직 국민들이나 서울시의회에 충분한 설명과 해명이 되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오시장의 해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예산문제와 관련, “한강 예술섬 사업은 고무줄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처음에는 2900억 정도 든다고 발표했고, 그 이후에 4500억 정도 필요하다고 발표를 했고, 그 다음이 5200억 정도라고 또 발표를 했는데, 최근 서울시의원들이 업무보고를 최종적으로 받은 것에는 6735억이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순수 공사비 이외의 비용도 4000억원 가량이 더 들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를 확장하고 섬 가장자리에 선착장을 설치해서 유람선과 수상택시를 운영하겠다 하는 계획이 있었다”며 “그 다음에 용산국제복합단지와 연결해서 그곳과의 도로연결을 위해서 모노레일 건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전부 예정되어 있다. 다 합치면 (추가비용이)4000억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 ‘한강 예술섬’ 사업에 약 1조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

특히 김 의원은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하려고 했던 사업이다. 이건 일반 예산으로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그래서 운영기금을 마련해서 2800억 정도가 있었는데 이것을 일반회계로 전용해서 이미 다 소모해버린 상태라서 기금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며 “이 기금을 다 써버린 상태에서 일반 예산으로 다시 집행을 하겠다는 건 서울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다시 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시의회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추가공사비를 포함해서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는 데 대해 “그건 모른다. 지금 얼마나 들지 추산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강예술섬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기획관은 “한강 예술섬 사업은 지금 시중에서 오페라하우스라고 오해를 많이 한다. 고급 부유층만을 위한 문화시설이라고. 그렇지 않다”며 “일반시민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연장의 급증하는 수요를 대처하고 또 우리 한강이라는 아주 우수한 관광자원을 활용해서 거기에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기획관은 서울시 재정문제로 인해 대형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의회의 지적에 대해 “당초 2014년 완공계획으로 추진해왔었지만 이걸 조정해서 기간을 넓히더라도 이러한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서울시의 진의”라며 “그래서 이걸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돈을 한꺼번에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조금씩 들여서라도 장기계획으로 진행할 필요는 있다. 외국의 다른 공연장들도 보통 10년, 15년, 20년까지 들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20년 걸렸다”고 덧붙였다.

안 기획관은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시의회하고 사사건건 대립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시의회와 타협하고 협의해서 하려고 하는 자세”라며 “시의회와 대립하고 싸우고 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걸 좀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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