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년전 명량해전은 있고 명량대첩제는 없었다.

정찬남 기자(전라남도 해남)

진용준

| 2010-10-13 15:49:03

[시민일보] 포성이 난무한 땅 끝 해남우수영 울돌목, 거센 물살위에 일본수군 133 VS 13척의조선수군과 치열한 전투가 전개됐다.

수 적 열세에서도 세계 해전사에 기록을 남기는 일대 전투가 9일과 10일 양일간 벌어졌다.

구루지마 미치후사[來島道總]와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安治] 등일본 왜장들이 이끄는 대규모 왜군선단은 서편 바다에 일자진을 치고 있는 13척의 이순신장군 휘하의 조선수군을 치기위해 질풍처럼 항진했다.

이와 맞선 조선수군들은 판옥선을 이끌고 배수진을 치다 왜선들을 유인하며 먼저 다가온 왜선들을 양안(兩岸325m)에 걸어놓은 쇠사슬을 당겨 거친 바다에 침몰시켜버렸다.

조선수군들은 전열이 흐트러진 왜선을 향해 화(火)전과 천자총통, 승자총통, 조총을 쉼 없이 발포해 왜선31척 격파, 왜군 8000명을 사살, 왜선 10척 정도만 살아 도망가는 등 대승을 거두었다.

포성과 화약연기가 자욱한 좁은 울돌목 해협에는 왜군들의 시체가 널 부러지고 피가 낭자해 쪽빛바다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갔다.

이 상황은 1597년 음력 9월16일 해남군 우수영 명량해전에서 벌어진 실제상황이 413년이 지난 9,10일 양일간 같은 장소에서 재현된 상황이다.

명량대첩제가 전남도에서 주최해온지 벌써3년이 지났다. 8, 9, 10일 3일간 이 일대에서 펼쳐진 행사에는 내외국인 및 전국에서 10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명량대첩제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왜군과 조선수군간의 해상전투였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내외관광객이 찾아왔지만 3년 전과 크게 나아지지 않아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이순신장군은 절박한 심정으로 조선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긴 울돌목을 지키기 위해 구국의 일념으로 필생즉사, 사즉필생(必死卽生, 必生卽死)으로 싸워 이 땅을 지켜왔다.

명량대첩축제는 당시, 처참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 치열했던 그날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오늘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교훈적 가치를 주기 위함이다.

명량대첩제가 여느 축제와 같이 공연위주나 쇼가 돼서는 안 돼는 이유다.

피투성이의 역사성을 좀 더 사실적으로 연출해 그 자리에 관람한 한국인들에게는 투철한 국가관을 외국인들에게는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해주는 축제가 됐어야 했다.

전투신이 첫날에 겨우 10분, 다음날 20분 동안 폭죽 쏘는 해상퍼레이드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런 쇼만 보여준다면 명량대첩제는 결코 의미가 없다.


이 행사를 주관한 전남도는 이러한 역사성에 대한 정의적 메시지 전달이 매우 부족했다.

전남도 고위 관계자 또한 "왜 실전처럼 전투는 벌이지 않고 퍼레이드만 하느냐고 불평이 쏟아 졌다." 는 후문도 있다.

이 전투신이 끝난 메인무대 광장은 대다수 관광객들이 서둘러 빠져나가 다음 문화행사로 진행된 공연에는 썰렁한 객석만이 자리를 지켰다.

짧은 전투신도 문제지만 드넓은 광장에 흩어진 각종 문화행사는 산만함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낳았다.

원형의 주차장 주변 도로를 차지한 각 사회단체의 음식텐트촌과 각종 공예품판매코너 등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들은 사지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선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엄숙한 행사장 근처에서 술과 안주 등을 팔고 있는 자체는 상식과 배치되고 있다.

이 행사는 역사적 교훈을 후손들인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자랑스런 교육의 장이다.

그럼에도 5회를 맞이한 명량대첩제는 역사적 가치관, 국가관도 없이 무분별하게 잡상을 계속해서 허용해 행사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인식에 관계공무원들은 공감하고 있지만 매년 개선된 것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에도 똑같이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것인지? 작년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도 금년 행사는 작년과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전남도 관계자, 해당 지자체는 참 많은 예산 쓰느라 고생했다.

전체적인 기획을 자화자찬하며 칭찬 일색이다. 관광객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갔을까?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기대와 달리 내용이 너무 싱겁다” 고 서슴치 않고 말했다.

총체적으로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수병들의 맥 빠진 모습 등 절도가 없고 쇼 위주로 행사만 진행한다면 명량대첩제는 아무것도 얻고 간 것이 없는 그저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 날 테니까,

해남=정찬남 기자 jcrs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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