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힘을 쏟는 李<이명박> 부추기는 李<이재오>

MB '적극 추진' 요청에 이재오 불 지펴…親李-親朴 갈등 활활

고하승

| 2010-10-14 10:53:15

[시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의욕을 갖고 있는 분권형 개헌론이 최근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권력분산형 개헌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이 연일 분권형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친이-친박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친박계 서병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개헌특위-4대강특위 빅딜’에 대해 “최고 규범인 헌법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헌은 의총 의결이나 최고위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지 원내대표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며 “공식 논의도 없이 최고 규범인 헌법을 흥정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시기적으로 개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논의조차 거론 못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여야 간의 협상과정에서 나온 이런저런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 잘못이지 이를 흥정 또는 거래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단 논의는 하되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무리하게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치적 활동공간을 넓혀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날 에 게재한 ‘개헌 시동 거는 친이계, 왜?’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특정 정책 사안을 놓고 이재오 특임장관이 움직일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기껏해야 여여, 여야 사이에서 기름칠을 하는 보조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헌 문제는 순수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면에 나설 공간을 열어준다”며 “그가 깃발을 들고, 깃발 주변에 사람을 모이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면 이재오 특임장관은 국민에게 낯을 선 뵐 기회를 더 많이 얻고, 여권 내부의 세력ㆍ질서 개편에 직접 개입할 통로를 더 넓게 연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재오 특임장관에겐 기회”라며 “'킹'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간 볼' 여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겐 기회다. 개헌 추진 움직임이 끝을 보지 않아도 그에겐 공간이 열린다”고 거듭 ‘이재오 장관에게 기회’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는 개헌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는 친이계의 개헌 시도를 '박근혜 죽이기'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개헌에 부정적인 손학규 대표 체제로 정비됐다”며 “여야 합의는 고사하고 여여 합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어 놓았다.

한편 개헌론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그는 같은 날 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실무 참모진에게 시장 임기와 관련한 단정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는 애초의 입장을 뒤집고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지침”이라며 “친이계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고, 그 여파로 여권에서 차기를 둘러싼 정치게임이 조기에 본격화한다고 가정하면, 오세훈 시장의 지침을 그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예비동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