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개헌론이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여의도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의 반대로 개헌론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정치권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여야 원내대표가 모두 개헌에 찬성입장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잘못된 헌법을 고쳐야 되는 데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해서 국회에서 논의 자체를 거론 못하게 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개헌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 국회의원 186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도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권 주류 측인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 행보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 안상수 대표는 지난 16일 “개헌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든지, 여야간 지속적인 물밑 접촉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오 장관 역시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개헌론을 제기한 데 이어, 11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올해 안에 개헌이 가능하다”며 개헌 시한까지 거론하는 등 개헌론 재점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야 모두 내부적인 반발에 부딪쳐 개헌특위 구성에 대한 합의를 좀처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 등 여야 차기 대권주자군의 반대가 심하다.

손학규 대표는 여권 주류 측과 민주당 일부가 찬성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정권 연장을 위한 술책으로 개헌을 한다면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역시 개헌특위 가동시 개헌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현시점에서의 개헌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개헌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여든 야든 강력한 차기 후보가 반대하는 한 개헌은 어려운 법인데, 여야 강력한 대권주자들이 모두 반대하는 이번 개헌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헌’ 추진에 대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한 마디로 일축한 바 있고, 김대중 정권 시기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반대로, 노태우 정권 시기에는 김영삼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의 반대로 개헌에 실패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국민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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