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 전태일 40주기 전시물 일방적 철거 싸고 티격태격
"서울시설공단 ""청계천내 현수막 설치 금지해 철거"""
고하승
| 2010-11-04 11:18:29
시사만화가 "현수막 형태 띤 작품, 설치전 신고"
[시민일보] 서울시설공단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태일 40주기 기념전시물을 철거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는 지난 달 30일부터 청계천에 시사만화가협회 소속 만화가 10여 명의 만평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만평이 들어가 있어 공단 측이 일방적으로 철거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공단 측은 ‘허가한 바 없기 때문에 철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시사만화가 이동수 화백은 4일 MBC 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전시된 작품 내용들에 대해 “주요 주제가 청년실업, 비정규노동자, 인권, 이런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이주노동자 문제나 서민들의 애환, 이런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이 통보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당했다는 것.
특히 이 화백은 액자가 아니라 현수막으로 작품을 전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바람으로 인해 액자가 떨어질 경우 시민들이 다칠 위험성이 있어 현수막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신정 청계천관리처장은 “작품이라고 말씀하신 건, 일종의 현수막”이라며 “하천 내에 현수막 설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래서 이번에 철거를 한 것이다.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는 장소에 무단으로 설치를 했기 때문에 주최 측의 별도의 통보 없이 지난 11월 1일 10시경에 철거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화백은 “이건 분명히 현수막 형태를 띤 작품들”이라며 “또 저희들이 분명히 그날 설치를 하기 전에 신고를 다 했고, 그 신고내용에도 청계천다리로부터 시청방향으로 첫 번째 다리 사이 강변에 설치한다, 플래카드 형식의 작품들을 설치한다, 이렇게 신고를 해서 허락을 받은 다음에 작업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문으로 허가를 받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강 처장은 “그건 10월 26일 주최 측에서 저희들한테 제출한 내용이고, 9월 28일 청계천 시설사용 허가신청서에 보면 사용일시가 11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매일 10시부터 시작을 해서 20시에 종료하는 것으로 하고, 사용장소는 청계2가에서 청계6가로 돼 있어 저희들이 어느 위치에 이걸 어떻게 설치하는 지, 그 내용을 이걸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행사내용을 보면 전태일 40주기 문화행사, 이렇게만 기재가 돼 있어서 문화행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를 몰랐다”고 맞섰다.
이어 그는 “행사계획서와 사용위치도, 시설물 설치내역을 같이 제출해야 되는데 이런 구비서류를 계속 미뤄오다가 10월 26일 날에야 제출한 내용이 방금 한 그 말씀”이라며 “이 내용도 보면 가로 5m, 세로4m 해서 작품을 설치한다는데 어떤 작품을 어떻게 설치하는지는 저희들이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규격이나 크기도 확인을 하고, 시설을 사용 허가하는 입장에서 내용도 확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 ‘이번 문제가 된 것은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철거한 거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강 처장은 “(내용이)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보다도 하천에 현수막이나 이런 거 설치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철거를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동수 화백은 “지금 시설관리공단 측의 얘기들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처음에 이것(철거사실)을 발견하고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을 때 그분 대답은 정부 비판적이 내용이 들어있어서 설치하기가 곤란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허락을 안 해 줬을 거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셨고, 나중에 보내주신 공문에도 처음에는 문안내용들을 바꿔 달라,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가 그 다음 다시 보낸 공문에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설치가 불허되는 장소라 안 된다, 이렇게 말씀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강 처장은 “저희들은 시설물에 대해서 매일 순찰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청계천 내부와 외부 안전난간에 무단으로 설치된 현수막은 직원들이 발견 즉시 철거를 하고 있다”고 무단설치 현수막을 철거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