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개헌 공론화' 세몰이 박차

이재오등 與 핵심세력 '불지피기' 잰걸음, 金총리ㆍ吳시장도 가세

고하승

| 2010-11-07 12:19:49

[시민일보] 여권 핵심 세력과 친이 의원들이 G20 이후 대대적인 분권형 개헌 세몰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물론 일부 대권주자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하지만 여야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분권형 개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개헌론에 탄력이 붙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주춤하던 여권 내 개헌 논의를 재점화 한 당사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G20 관련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국회가 중심이 돼 처리할 문제”라며 꺼져가는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친이 직계는 물론 범친이계에게 사실상 개헌추진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재오 특임장관은 일찍부터 “개헌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은 특임장관의 임무”라며 ‘분권형 개헌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한 다음 날, SBS 주최 제8차 미래한국리포트 발표회에서 강평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주범이 정치라는 측면에서 부패와 불신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위해 정치적 대결단이 있어야한다"며 “한국의 정치와 정당은 지력이 다했으므로 정치적인 대결단과 정치 개혁 등의 변화 없이는 한국의 불신(풍토)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헌을 통한 과감한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접촉을 갖고 개헌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져 친이계와 민주당 의원들과의 물밑접촉설에 이어 여당 일각의 적극적인 '개헌 행보'를 반영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미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안상수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면 지역감정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여당 내에서 개헌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 친이계로 분류되고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미래비전과 국가운영 철학에 대한 고민 차원에서라도 개헌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분권형 개헌과 관련 “책임이 부가된 국회의 권한 강화는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국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몽준 전 대표도 최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헌법은 국가운영의 기본 틀이므로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토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의무”라며 “개헌과 헌법논의는 별개이며, 헌법이 바뀌면 경제에 좋지 않다는 야당의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따라 개헌론이 친이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대표적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개헌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모임 대표 안경률 의원은 “국회 특위구성을 통해 여야간 개헌 토론,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곧 개헌론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친이계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개헌의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차기 총선 때 ‘부분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개헌론에는 김황식 총리와 정부와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가세하고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1일 개헌 문제와 관련 "국회에서 개헌특위 구성을 비롯해 헌법과 관련된 문제를 공론화해주면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정권에서 개헌을 해서, 차차기 정권부터 적용시키면 정치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지 않겠는가”라며 개헌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주요 대권주자들은 분권형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모두 4년 중임제를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개헌론이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3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은 저의 평소지론으로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한다고 본다”고 밝혔고, 같은 해 4월 29일에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말해 온 개인적 소신이고,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당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었다.

이듬해인 2005년 7월 17일에는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정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훨씬 낫다. (대통령제의 형식은) 미국식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5월 9일에도 샌프란스시코에서 동행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년중임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건 전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며 찬성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는 또 같은 해 5월 6일 지난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연구센터 초청강연에서 한 미국 정치학자가 4년 중임제 개헌과 대선 및 총선 동시실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전부터 두 가지 모두 찬성해 왔다”고 밝혔었다.

손학규 대표 역시 “개헌이야말로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으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사람들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그런 생각들 아니냐”면서 "꼭 필요하다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생각할 수 있지만 현행 5년 단임제도 제대로만 하면 대통령이 사심없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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