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해서 안 되면 1000번은 해봐야”

차재호

| 2010-11-22 16:26:36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칼린, 에세이집 ‘그냥’ 펴내
지난 3년간 써온 음악·사랑·여행 이야기 ‘한권에’



“딱, 100번만 해봐. 한 번, 한 번을 진지하게 말이야. 주변 사람 시선 의식하지 말고 너만 깊숙이 들여다보며 거울 앞에서 진지하게 해보란 말이야. 그렇게 100번 해서 안 되면, 1000번을 진지하게 해보란 말이야.”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녹아든 리더십으로 주목 받는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43·호원대 교수)가 투턴, 즉 무용에서 두 바퀴는 도는 동작이 안 되는 배우에게 건넨 따끔한 한마디다.

이후 그 배우는 결국 투턴을 보란듯이 해내고 말았다. 박씨의 표현을 따르자면 “100번 자기를 사랑해, 100번 자기를 바쳐 도는데, 투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다.

박씨는 잘하는 다른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거나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 것 때문에 쉽게 자신을 미워하는 제자들에게 여전히 말한다. “100번 해보고 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박씨는 지난 여름 약 두 달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대회 프로젝트 ‘남격 합창단’을 이끌며 스타덤에 올랐다. 오합지졸이었던 합창단을 불꽃같은 카리스마로 이끌어 합창단은 거제합창대회에 참가, 장려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박씨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박씨의 에세이집 ‘그냥(Just Stories·사진)’에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박씨가 자신의 감정, 일상의 기억을 직접 써내려간 만큼 그녀의 리더십의 바탕이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박씨가 지난 3년간 자신의 유년, 음악, 사랑, 일상, 여행 등에 대해 틈틈이 써온 이야기를 묶었다. 오늘날 유명세와 상관없이 담아낸 이야기들은 풋풋함을 안긴다.

“해마다 ‘구름투어’를 다닌다. … 그곳에만 있는 건전한 ‘향락’을 즐기며 정처 없이 구름처럼 다니는 거라 붙인 이름이다. 자동차에 버너와 각종 커피와 차, 개밥그릇, 뉴발란스 산행 운동화, 손전등과 담요 하나 정도를 꼭 챙기고, 마지막으로 개가 뒷좌석에 자리 잡으면 나는 선글라스를 낀다. 그러면 투어를 떠날 준비는 모두 끝난 거다.”

책에는 어떻게 사는 삶이 보람찬지, 어떤 태도로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박씨의 인생철학이 오롯하게 들어갔다.

박씨는 “삶에는 최고와 최선이 분명히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상대가 있다”며 “나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대를 선택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상 나는 전부를 넣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고 바랐다.

박씨는 경남여고 연극부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뮤지컬과 연을 맺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수학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작곡학을 전공했다. 28세의 젊은 나이로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으로 데뷔, ‘시카고’ ‘렌트’ 등의 뮤지컬 음악을 담당했다. 12월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아이다’의 국내 협력연출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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