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개헌 미묘한 입장차

박지원 “18대 국회 개헌논의 없다”...정세균 “단일안 가져오면...”

전용혁 기자

| 2011-02-24 12:01:00

[시민일보] 개헌 문제로 연일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 간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개헌논의 거부’를 선언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에도 “이번 18대 국회에서 개헌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천명했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여권이 단일화 안을 가져나오면 협상하겠다고 하는 것이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일관된 제 입장”이라며 협상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오락가락한 발언에 대해 “저도 개헌찬성론자고 우리 민주당에도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말을 던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개헌안에 대해)한나라당이 우왕좌왕하고 친박이니 친이니 계파싸움만 하고 있지 않느냐. 오늘 아침 보도만 보더라도 어제(23일) 한나라당 내 개헌특위위원장을 선임하면서 한나라당 최고위가 얼마나 싸웠느냐. 그리고 특히 정두언 최고위원이 개헌특위 구성을 한다고 하니까 국회기자실에 내려와서 절대 반대한다는 말씀도 했다”며 “그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서 개헌특위를 구성하자, 그러면서도 최소한 금년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준비하는 준비위원회라도 구성하자고 하는 연설내용이 있었다. 그걸 듣고 ‘아,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개헌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우리 민주당이 여기에 괜히 빨려 들어가서 민생 등 모든 것을 블랙홀에 넣어버리고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 그리고 특히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친박계 의원들을 간헐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한,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헌에 찬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제 실리도 없고, 명분도 없다. 그래서 심지어 우리 민주당 지도부들이 모 방송 토론회에 초청을 받았지만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그 이슈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해, 거부하도록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 개헌론자들이 자신의 반응을 놓고, ‘여권의 자중지란 노린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제 한 마디에 갈등을 느끼고 교란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런 집권여당은 자신이 없으면 해체하는 것이 맞다. 제 입을 그렇게 무서워해서야 되겠느냐”며 “그러면 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잘 되게 하느냐. 그건 자기들이 (내 말에)놀아나는 것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자기들이 반성하고, 자기들이 잘해야지 왜 걸핏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 탓하고 한나라당은 민주당 박지원 탓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헌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당 개혁특위를 구성했고, 김무성 원내대표가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황에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더라도 이제는 끝났다, 할 수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개헌특위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어제 구성하면서 싸우는 것 보면 제 구실 하겠느냐”며 “일단 만약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잘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제는 여야 의원들 두루두루 만나면서 물밑에서 작업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이재오 장관이 개헌 문제는 자기 손에서 떠났다고 하시더니 또 나오면 만나기는 하지만, 저도 만나면 이제 불필요한 노력 그만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민심을 모르니까 개헌이나 추진하려고 하는 일부 세력이 있는 거다. 지금 구제역은 서울에서 느끼지는 못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한 그 지역에 가면 패닉상태다. 공황상태다. 방역 잘못해서 340만두의 소, 돼지를 살처분했다. 3조 예산이 필요하다.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구제역이 잡히는 것 같은데, 21세기에 구제역 하나 못 잡아서 날씨에 맡기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여권이 단일화 안을 가져나오면 협상하겠다고 하는 것이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일관된 제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그런데 여당은 개헌안이 미정 상태 아니야, 개헌안 없는 개헌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는 개헌으로 위장한 일종의 내부 파워 게임인 셈이고, 그래서 개헌 논의가 아니라 개헌 노름이라고 하는 건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개헌은 불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헌안도 없으면서 개헌하자고 주장하는 여권의 속내는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저는 정치인으로써 일관되게 얘기해 오던 것을 바꾸거나 달리할 생각은 없고, 그 입장은 계속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야권 인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연락은 왔는데 저는 아직 만나질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러 안 만나시는 것이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측면도 좀 있다”고 답변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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