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신드롬은 기만인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안은영

| 2011-07-06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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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지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이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다. 저자도 스스로 판매고에 놀랐는데 어쩌면 저자가 트렌드와 유행 분석의 전문가라는 사실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트렌드 분석가의 입지에 맞게 스스로 잘나가는 책의 유형을 직접 보여준 사례가 되겠다.
사실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찾는 원인에 대해서 의문점이 많을 수 있다. 이 책이 딱히 남다르고 독보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의 흐름-트렌드를 분석하면서 그에 맞는 실전 대응법을 담고 있지도 않다.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압축적인 명문의 금언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고 가벼워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점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버트란트 러셀은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들려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자신들이 새로운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말을 확인하려고 독서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인을 잘 시켜주는 저자가 베스트셀러작가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수많은 심리치유서들은 독자들이 듣고 싶은 긍정과 위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답은 독자들이 다 알고 있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을 위한 책들의 저자들이 실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들을 가르치는 대상으로 보고 뭔가 다르고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설득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책을 들지 않게 만든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이 원하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자아정체감과 자기 존중감이 강한 세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저자는 당장의 성공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세상에서 인정받을때까지 스스로 내공을 쌓는데 치중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개인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궁극적으로 개인들의 최종적 성공을 보장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논지에는 사회의 변화와 국가의 진로, 공동체적 가치의 실현을 개인의 미래와 연결시켜야 하는 진지한 담론은 찾아 볼 수 없다. 저자의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나약한지 모른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 같을 수 없는 이제는 독재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와는 갭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을 비난하는 이들 가운데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구조적인 원인을 도외시 한 점을 지적한다. 그렇기에 비판론자들은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대학생들이 겪는 등록금 문제나 취업난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겪게 되는 갖가지 고민과 고통이 젊었을 때 겪게 되는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에 대해서 반기를 드는 것이다.

사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 자체가 그러한 분위기를 잔뜩 내포하고 있다. 겪고 있는 고통과 고민에 대응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과 태도로 해결할수 있다는 것은 손쉬우면서도 위로가 된다.

이건범의 <내청춘의 감옥>은 저자가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감옥에 갇히면서 겪게된 경험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은 감옥생활의 문화사라고 할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감옥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작가 공지영이나 조국 교수가 권한 것은 아무래도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적 형평과 민주주의 문제를 더 많이 고민했고, 책에도 자신의 개인적인 진로와 전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만약 이러한 책이 19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에 나왔다면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변했다.

<88만원 세대>는 경제적 수치로 관심을 끄는 주목 마케팅(Attention Marketing)효과를 톡톡하게 보았다. 많은 지식인들에게 회자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만 했다. 다른 N세대니, 3G세대니 정체불명이면서 식상한 어거지 세대론과는 차별화되어 보였다. 취업난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뭔가 해결 대안을 바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은 그야말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반대 측면에 있는 책이다. 즉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한 구조변화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심지어 짱돌을 들라고 말한다. 사실 이러한 진단과 해법의 제시는 근원적이고 진보적인 견해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실제 개인들이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자신들 스스로가 위안 받고 싶은 혹은 듣고 싶은 말이 있지 않다. 개인의 성공을 위한 성취적 자기 효능감을 주지 못한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개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에 인간은 목말라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그러한 사회심리학적 가치들을 강화하면서 시스템을 진진시켜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그러한 유형의 책들이 건드려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대학등록금 문제, 고시나 유학과 같이 개인들이 결정해야 될 사안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건드려주는 선에서 머문다.

사회구조를 논하는 책과 주장들에서 등록금 투쟁이나 고용구조의 변혁에 일반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통제권을 벗어난다. 자기효능감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짱돌을 들라거나 가열찬 투쟁을 권하는 것은 이미 일반 젊은이들의 심리와 일상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화두이다.

지금 세대의 고민은 개인적 기대 수준의 향상과 고용의 희소성이 빚는 결과이다. 또한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에 더 애착을 가지면서 소극적인 행태에 안주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무엇보다 실제 현실과는 관계없이 대학이 아직도 신분상승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간주되는 것은 이를 부추긴다. 젊은이들 대부분이 대학생인 대한민국, 대학생 등록금을 대기 위해 온가족이 매달리는 처절한 상황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 하이 리턴으로, 자신에게 큰 결과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대학과 결과물은 인과관계가 없다. 그러한 심리구조 속에 있는 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들은 얼마든지 앞으로도 초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유럽과 같이 개인에게 맞춤식 직업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책들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모호한 책을 20대 후반 혹은 30대의 나이에 붙잡고 뒤늦은 진로 고민을 하기 보다는 이미 선택하고 자리잡은 직장에서 열심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여 더 전문가가가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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