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0.26 재보선 참패...지도부 교체 ‘노’
홍사덕 “정책으로 책임져야”...정두언 “교체가 능사 아니다”
최민경
| 2011-11-01 11:39:00
[시민일보]10.26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 당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대안부재 등을 이유로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홍사덕 의원은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도부 교체 방식이 아니라 정책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두언 의원 역시 “교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홍 의원이 “총선 때 어차피 전면에 나서게 돼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 의원은 “당이 이 지경으로 가도록 내버려두거나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해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홍사덕 의원= 6선 중진 의원으로 한나라당내 친박계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은 정몽준 대표의 ‘박근혜 흔들기’에 대해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아주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박근혜 전 대표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정 대표의 인품이 그런 분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지난 몇 달 사이에 보기에 따라선 딴지걸기 비슷한 말씀을 여러 차례 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참모 중에 미국에서 이 폴리티컬 엔지니어링, 이런 걸 헛공부하고 온 사람이지 않나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렇게 시비를 걸면 대등해 진다, 그러는 게 미국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이라면서 “틀림없이 참모 중에 그런 사람이 있지 싶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원희룡 최고위원이 10.26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 차원에서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에게 동반사퇴를 제안한 것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선 나머지 분들, 누구도 동감하는 사람이 사실은 없었다”라며 “다 끝난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당 쇄신방안에 대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대가 불안해하고 30대가 좌절감을 느끼고, 40대가 분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령 어제 제가 상임위원회에서도 아주 과격한 표현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를 했지만 정부투자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을 자꾸 늘리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 얘기를 해야 된다. 홍 대표가 지금 서둘러서 마련하고 있는 것도 그런 문제를 포함한 교육이나 보육에서 느끼는 서민들의 고통을 들어줄 정책이고, 집권당은 정책을 실천해야 자신의 의지가 증명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종합소득세율 인하 문제에 대해 “중견회사 임원들하고 대그룹의 총수하고 똑같은 세율로 세금 낸다, 그러는 게 정의로운 일이냐”고 반문하면서 “애들 보육비나 뭐 이런 것 때문에 재원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할 짓이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당 지도부 책임론과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당대표를 바꾸자고 그러면 전당대회를 열어야 되는데 국민들 눈에 그게 곱게 비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도부 교체 방식이 아니라 정책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다시 나서야 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총선 때가 되면 이번 보궐선거 때도 보셨듯이 어차피 전면에 나서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 연구소 소장 정두언 의원은 10.26 재보궐선거 참애에 대해 청와대 책임론을 강력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YTN <강지원의 출발새아침>에 출연, “한나라당 쇄신 보다 더 중요한건 정부다. 국민들은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를 가지고 기본적으로 평가하고 반발한다”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안 좋으니까 거기에 대한 반발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되고 총선 압승하는 거지, 그 당시 열린우리당이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민심에 맞는 인사를 해야하는 데 각 부처 인사를 장관이 못하고 청와대에서 하는데, 대통령이 인사를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청와대 실무자들이 외부에서 개입을 하고 이런 게 말이 되느냐”며 “각 부처 장관이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인사권을 원위치로 돌려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 부처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정책기조가 많이 현실과 어긋나고 민심과 어긋나는 게 많다”며 “친기업 위주로 왔지만 이제 친서민 위주로 바꾸는 정책기조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당이 이 지경으로 가도록 내버려두거나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야한다”며 “박근혜 의원 한 마디에 움직이는 국회의원이 수십명이다. 그러면 ‘이렇게 좀 하자’ 하면 당이 움직여진다. 그런데 그것을 침묵 하느냐. 그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총선 공천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서 진두지휘하라는 거냐’는 질문에 그는 “공천도 제일 중요한 작업”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제대로 된 물갈이 공천, 개혁 공천, 이런 게 필요하다면 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혁신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게 청와대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라며 “당정이 하나라는 이야기 하에서 청와대에 당이 끌려온 게 사실이고. 또 따라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제 목소리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 지도부 교체론에 대해 “교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지금 지도부가 강도 높은 쇄신과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하니 지켜보고 기다리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게 필요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그 다음에는 비상체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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