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구소, 예산 삭감 번복 논란
최민경
| 2011-11-09 11:32:00
[시민일보]여야가 지난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모바일 백신 개발' 정부 출연금 전액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가 비판여론에 밀려 이를 다시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국회 지경위에 따르면, 지경위는 전날 오전 10시, 오후2시 예결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안철수연구소 컨소시엄에 배정된 '모바일 악성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 사업' 내년도 예산 14억원을 삭감했다.
삭감을 주도한 상임위원은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저격수'로 나선 무소속 강용석 의원으로 그는 "세계적 보안업체의 바이러스 탐지율과 방어율이 90%가 훌쩍 넘는데 비해 안철수연구소는 80%대 초반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선정 이유였는데 여전히 내수 비중이 총매출 95%를 넘고 있다"고 삭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 사업자로 이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2010년 28억800만원, 2011년 23억800만원을 지원했다.
당초 야당 의원들도 처음엔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등은 삭감 철회 방침을 정했고, 한나라당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오후 6시30분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특정인 관련 예산 삭감은 국회의원의 권한 남용으로 마치 탄압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9일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의원은 "그럴 것이라면 안 원장을 (민주당) 총재로 만들던가 하라"며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이날 자유선진당은 “정쟁의 눈으로 안철수연구소 지원예산 삭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예산 국회에서 안철수연구소가 괘씸죄에 걸려들었다”며 “특정업체를 겨냥해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해할 수 없다. 자연인인 안철수 원장과 기업인 안철수연구소를 동일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의원도 "안철수 연구소 예산의 표적삭감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여야간의 관계를 고려해서 지경위원장으로서 강용석 의원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명백하게, 국회의 권한 남용이고 정치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상임위원장을 떠나서 국회의원으로서도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2010년 글로벌 500대 SW기업 중 우리나라는 삼성 SDS와 안철수연구소 둘 뿐이다. 국내 5개 IT 분야에서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안철수연구소만이 보안 분야에서 1위이다. 일감몰아주기 없이 자생력을 가지고 성장한 중소기업으로는 놀라운 결과”라며 “SW, 컴퓨팅 산업원천 기술개발 사업은 총 1426억원의 예산이 들고, 총 69개의 과제에 달한다. 이 중에 안철수 연구소를 특정한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목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3년 계속사업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고, 이미 두해가 진행된 사업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와 국회의원이 한 개인의 회사와 관련된 예산을 표적 삭감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예산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여론을 인식해서나, 안철수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 SW중소기업을 정치싸움, 정쟁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지금 정치공학적 이해관계가 명백히 보이는 이러한 오판의 피해자는 안철수 연구소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안철수 교수 개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잘못된 결정을 묵인하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잘못된 정쟁과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되었고, 변호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한 인사를 무방비한 정쟁의 희생물로 삼는 일은 양심을 걸고 동의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다. 정략은 성공하지 못하고 권력은 절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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