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회 방문' 묘수

야권분열 조짐에 민주당 내분 양상까지 나타나

진용준

| 2011-11-16 14:49:00

[시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를 직접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청하면서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MB 묘수’가 민주당을 흔들고 야권연대에 균열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 미국에 ISD 재협상 요구 제안에 대한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국회 비준과 관련, "그동안 우리 당에서는 재협상 후 비준과 ISD의 폐기를 꾸준히 주장해왔다"며 "급히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아직 비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ISD의 문제점을 양국이 인정했다고 하면 국회 비준 전에 재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하고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어제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 방문해서 ISD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대통령의 뜻을 의원총회에 전달하고 의원들의 당론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한마디로 그동안 민주당이 요구한 수준에 비하면 매우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며 "민주당의 기본입장은 이익균형이 무너져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나쁜 FTA를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내일이 을사늑약을 체결한 날인데 한미 FTA는 을사늑약보다 더 나쁘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털끝만큼도 바꿀 의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국은 독만두를 먹어선 안 된다. 가장 치명적인 독이 ISD"라며 "이 대통령의 제안은 독만두를 먹은 후 위장을 세척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의 제안은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비닐장갑을 끼고 온 것"이라며 "민주당은 독소조항 제거 없이 비준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성의를 표시한 만큼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여야가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타협론을 주장하고 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미흡하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본다”면서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의회 지도자들이 좀더 노력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정치불신을 더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 등 민주당 내 협상파는 이날 조찬회동을 갖고 의총에서 최대한 발언에 나서 강경한 당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로 했다.

특히 협상파는 87명 의원의 과반인 45명이 자신들의 뜻에 동의했다고 판단, 무기명 비밀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미 FTA 비준안 처리문제로 인해 야권연대에 균열이 나타날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야권공조는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 “민주당이 다른 선택을 만약에 하시게 된다면,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건 아마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결과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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