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미 FTA 비준 전면무효 선언

손학규 대표 “정권교체 통해 재협상 관철”

최민경

| 2011-11-23 11:42:00

[시민일보]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과 관련, 23일 "한미 FTA 비준의 전면 무효를 선언한다"고 밝혀 여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효화 투쟁을 통해서 FTA 재협상을 관철하고, 이것이 안 될 경우 총선을 통해 다수 의석을 확보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며 "내년 정권교체를 통해 (미국과의) 재협상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농민과 농업, 농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영세상인을 보호하자는 것이 재협상 요구의 기조"라며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폐기해 경제주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죽음을 봤다"며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또 의회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밤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비준안 처리 전면 무효화 선언 및 헌법 소원 청구 등 투쟁의지를 결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의총은 23일 새벽 1시를 넘어 마무리가 됐으며, 5시간 가량 진행된 마라톤 회의 후 이번 한미FTA 강행처리가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의회 쿠데타임을 분명히 하며 전면 무효를 선언했다.


또한 비준안 처리 내용과 절차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단,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법정 투쟁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한미 FTA 강행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박희태 의장, 정의화 부의장,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등 의회 및 한나라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 의총에서 민주당은 김진표 원내대표가 사의의사를 표명하는 등 일부 의원들이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지도부 사퇴론을 거론했지만 향후 효율적인 대여투쟁을 위해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FTA 비준안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공방을 벌였다.
◇김기현 대변인= 한나라당의 김기현 대변인은 전날 비준안을 기습처리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한 가결을 원칙으로 했지만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물리력 충돌은 최소화 시켜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고, 가급적이면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줄여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고민을 했다”며 “그런데 민주당 쪽에서 도저히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시점이고, 아울러 24일은 저희들이 들은 바에 의하면 오늘부터 야당 측에서 국회를 에워싸겠다, 그렇게 부추긴 민주당 의원도 있지 않느냐. 국회를 에워싸 달라고 수천 명에게, 그래서 이렇게 되면 자칫하면 큰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 그런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날짜를 선택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 협상파들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여당 내에도 그렇고 야당 내에도 그렇고 협상파들이 있었고, 여당 내에서 협상파 의원들은 최대한 존중되어졌다. 그래서 날짜를 정하는 것도 최대한 뒤로 미뤄져왔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미국장관의 서면합의서를 요구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허가장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주권국가로서 체면과 위신이 있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가이익이 바로 눈앞에 달려 있는데 어떻게 야권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것이 좌절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용섭 대변인=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전날 여당이 비준안을 기습 처리한 것에 대해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왜 그러냐 하면 지난 3년간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강행처리했지 않느냐.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적어도 이번에는 12월 2일 합의처리하지 않겠느냐, 강행처리를 하더라도 12월 2일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을 했고, 더구나 어제 오후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언론에는 정책관련 예산관련 의총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언론과 야당, 국민들 속이고 본회의장을 기습점거 했다. 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점거 하는 경우는 있지만 거대 여당이 기습점거 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강행처리에 가담하면 19대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한 의원들이 많이 있었지 않느냐. 이분들이타협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 위한 수순이었던가 하는 그런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비공개로 비준안을 처리한 한 것에 대해 “이것은 역사의 현장이다. 언론에 알리고 국민들이 알아야 된다”며 “한나라당은 날치기하고 단독상정해서 강행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이고 부끄러운 것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손학규 대표가 비준안 무효화 투쟁을 선언한 것에 대해 “국내적으로는 법정 무효투쟁을 할 것이고, 정치적인 투쟁도 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 시민단체들과 ISD의 문제점, FTA 문제점을 계속 알리고 무효화 투쟁을 해서 정부로 하여금 재협상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들어주지 않으면 이것은 양국간에 이미 FTA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내년에 정권교체가 되면, 우리가 당당하게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를 만들어가겠다, 이런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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