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수출기업만 좋고 자영업자 등은 빈사상태”
이계안 전 의원, 문제 심각성 지적
안은영
| 2011-11-28 14:14:00
[시민일보] 현대자동차 CEO 출신의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이 28일 “모두가 한미FTA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독소 조항을 재협상하면 한미FTA를 그냥 발효시켜도 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심각하게 지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희망엽서’를 통해 “독소 조항만 제거하면 한미FTA 그냥해도 좋은 것이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먼저 “한미FTA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FTA = 수출 = 지고지선의 좋은 것’의 등식이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세상에 지고지선이란 없는 법이다. 한 가지를 얻으면 반드시 한 가지를 내놓게 되어 있는 법, 그것은 정부의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출은 적어도 과거에는 참 좋은 것이었다”며 “국민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돌아가고 또 절대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는 효과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우선 수출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기업들의 투자는 생산성 효율화를 위해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또 많은 기업들은 생산능력을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수출이 늘면 중국이나 베트남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자동차 부문 재협상 결과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자동차 부분 재협상에서는 완성차 관세 인하는 5년 이후로 연기하고 부품 관세는 즉각 인하하도록 했다. 이런 관세 구조 하에서 자동차 회사는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보다 부품을 수출하여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것이 유리한다”며 “따라서 미국에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자동차 조립라인의 일자리는 미국에서 늘어나고 국내 공장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저렴한 인건비로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 소비자는 저렴한 물건을 소비하게 되어 좋기는 하다. 대신 그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점점 더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다. 근로자 월급을 중국이나 베트남 근로자 수준으로밖에 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국내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88만원’짜리로 채워지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농·수·축산업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국 서비스 기업들이 국내에 마음 놓고 들어오면서 우리 자영업자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게 된다”며 “FTA로 인해서 빈사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연 한나라당에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국회의원이 한명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차기 대선주자로 복지를 대선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은 이런 것을 알고 비준안에 찬성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전 의원은 “독소 조항들을 꼼꼼히 살펴서 제거하는 일에서부터 양극화 심화 문제나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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