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람들 겨누는 ‘한나라 돈봉투’ 파문
진용준
| 2012-01-12 10:51:00
[시민일보]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에서 출발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MB(이명박)정권 실세들을 향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국회 밖 지역의 당원협의회에서 이루어진 돈 봉투 배달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서울지역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안모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안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안씨는 전당대회 당시 서울지역 30개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에게 50만 원씩 건네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씨는 검찰조사에서 돈 봉투 배달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는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는지를 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했고, 고씨는 2008년 전당대회 직전 고 의원 측으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건넨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이명박 실세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최소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당대회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다. 그 막대한 전대 비용을 박의장이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실제 박 의장이 전대 후보로 확정된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늦었던 만큼 자금을 마련할 시간도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누군가 박 의장에게 자금을 지원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런데 당시 박희태 선거캠프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또 박 의장이 당시 전당대회에 나선 것은 자신의 의지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청와대의 낙점 때문이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정몽준 전 대표도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그때 소위 말해서 한나라당 실세라는 분이 의원들을 불러서 '정몽준이 한나라당 대표 되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라' 이렇게 지시를 하고 그랬다"고 폭로했다.
그 실세가 ‘이재오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지만, '실세가 이상득 의원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정몽준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저지하고, 박 의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상득 의원 등 '2007년 MB대선 잔금'을 관리하던 MB 실세들이 ‘돈봉투 파문’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최근 잇따라 "2007년 대통령 후보경선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등 '돈봉투 파문'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 ‘같이 죽자’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 박 위원장 캠프에 있던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우리(친박)쪽에서는 돈이 하나도 안 나왔다"며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사무국장 등 실무자들이 너무 어려워 '이런 선거가 어딨느냐'는 말을 할 정도로 돈이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박 위원장도 전날 강원 춘천 소 사육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2007년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야기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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