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아방궁’ 모두 無혐의 결론

MB, 장남 시형씨, 임태희 등 7명 모두 불기소 처분

이영란 기자

| 2012-06-10 12:08:00

[시민일보] 검찰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이른바 'MB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에서 사저매입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백방준)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 “민주당과 민노당으로부터 업무상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이명박 대통령 등 7명을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자 주요 피고발인인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에게는 단 한차례도 출석 통보나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검찰에 대한 불신만 팽배해졌다는 지적이다.

시형씨는 계약에 직접 참여해 당시 정황을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 인물임에도 검찰조사는 소환대신 서면으로 대체해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편의를 봐준 것 이니냐는 것.
그나마 사건이 불거진 지 5개월만인 올해 3월초 서면조사서를 발송해 4월 중순께 답변서를 제출받았다는 점도 검찰이 시형씨에게 관련자들과의 말맞추기나 대응방어 논리를 짜는데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서면조사서의 구체적인 질의항목이나 답변 내용은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이시형씨 서면답변서를 받아보니 아귀가 딱 맞았다. 추궁할게 없어서 안 불렀다"고 해명했다.

즉 시형시에 대한 의혹은 곳곳에서 많이 제기됐지만 답변서만 놓고 보면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어 대통령의 아들을 직접 검찰청사로 불러들일 필요성이 없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일반적인 사건처리과정과 비교할 때 다른 신분도 아닌 피고발인을 직접 소환조사하지 않고 단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사저부지 매입 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에 대한 소환도 사건배당 후 6개월 만인 지난 4월24일 이뤄졌다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전반적인 의혹이나 당시 거래과정 등을 상세히 확인하기 위해선 일찍이 소환했어할 주요 인물이었지만 검찰은 사건이 접수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조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11월말 내곡동 토지 매도인인 유모씨가 한국에 입국해 5일간 체류한 사실을 알고도 조사를 안 해 청와대 '눈치보기'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었다.

수사팀은 결국 여론에 못 이겨 지난 4월 유씨에 대한 이메일조사와 전화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달 11일 검찰에 출석시켜 거래과정과 계약 조건 등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피고발인인 김윤옥 여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서도 무혐의가 명백하다는 이유로 소환조사 없이 고발을 각하했고, 'MB집사'로 불릴 만큼 대통령의 측근인 김 전 총무기획관에게도 소환을 통보하는 대신 "청와대가 이시형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소명서만 제출받은 채수사를 마무리했다.

이같은 검찰의 결정에 대해 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줄곧 머무를 사저를 왜 아들 명의로 매입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선 이를 편법 상속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검찰은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형씨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상속을 변칙적으로 한 것이 입증돼야하지만, 내곡동 부지는 그런 의도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훗날 매입을 염두하고 '잠시' 아들 명의로 사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 대신 내곡동에 새로 사저를 짓는 것도 논란이 일었다. 내곡동 부지는 보금자리주택지가 위치해 향후 투기 우려 지역으로 꼽혔다.

직장생활 3년차인 시형씨가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마련한 과정도 석연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금은 총 54억원으로 청와대가 42억8000만원을,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을 각각 부담했다. 총 9필지(2605.12㎡) 가운데 3필지(849.64㎡)가 시형씨와 청와대 대통령실의 공유지분 형태로 돼있었다.

시형씨는 매입금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청와대 지점)에서 부모 소유의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았고, 큰아버지인 이상은씨로부터 6억원을 차입해 모두 12억원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내곡동 3필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수하면서 청와대 측이 더 만은 부담금을 지불해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 조사에서도 시형씨가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20.74%의 구입비를 낸 대통령 아들이 54%의 지분을 가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누구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다. 시형씨가 이득을 본 건 맞지만 매매금액 산정과정이나 범의를 따져 볼 때 배임혐의가 인정이 안 돼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처장과 김 전 처장이 계약직으로 채용한 김태환씨가 실무를 맡았는데 총 54억원 중 이시형씨 소유 3필지의 공유지분에 대한 매매가액을 정함에 있어서 지가 상승요인 및 주변시세를 감안한 나름의 기준으로 토지를 평가하고 그 내용에 따라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매매금액을 배분한 이상 업무상 배임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전 처장과 김태환씨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매매대금을 분배했고, 고의로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에게는 손해를 가하려고 한 것은 아니므로 배임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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