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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민주통합당이 지난 21일 대선주자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당내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초 예상치 못했던 김정길 전 국민의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의 후보등록으로 손학규, 조경태, 문재인, 박준영, 김정길, 김두관, 김영환, 정세균 후보(기호 순)의 '8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최대의 관심은 사실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것과 당 밖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과학기술융합대학원장의 출마여부다.
일단 민주당은 22일부터 일주일간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돌입, 23~24일에는 하루에 1회씩 생방송 텔레비전 방송 합동토론을 개최한다.
이후 25일 광주(오후 5시 김대중 컨벤션센터), 26일 부산(오후 2시 벡스코), 27일 대전(장소 미정), 28일 서울(장소 미정) 순으로 지역순회 합동연설회를 갖는다.
여론조사는 29~30일 이틀간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결과는 30일 오후 11시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발표된다. 결과에 따라 후보 8명(손학규, 조경태, 문재인, 박준영, 김정길, 김두관, 김영환, 정세균) 중 3명이 탈락하게 된다.
후보가 5명으로 추려지면 전국순회 완전국민경선 방식의 본경선을 거쳐 오는 9월23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민평련 선택에 촉각=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주도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야권 후보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재야 출신 모임인 민평련은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과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규성 의원을 비롯해 노영민, 신계륜, 우원식, 이목희, 이인영, 이춘석 의원 등 현역 의원 21명과 원외위원장, 자치단체장 등 54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30명의 현역의원을 배출한 친노를 제외하고 최대 계파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을 했던 17대 국회에서 민평련은 DY(정동영)계에 이어 제2세력으로 부상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자파 의원들이 10명 미만으로 축소되면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친노와 더불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따라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중립' 성향인데다 탄탄한 지역조직망까지 갖춘 민평련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친노 대표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물론,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모두 민평련에 공을 들였다. 당내에서는 "민평련은 대선주자 뒤에 '줄'을 서지 않고, 대선주자들이 '줄'을 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범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도 민평련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최근 민평련 소속 유은혜 의원 등 여성 국회의원 당선인을 자택으로 불러 격려했는데, 유 의원은 안 원장의 '입' 역할을 하는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민평련은 아직까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6월 25일 김두관 전 지사를 시작으로 손학규(7월3일), 문재인(7월10일) 고문을 초청해 정책 검증을 했다. 19일에는 정세균 고문이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지금까지의 검증을 토대로 민평련은 조만간 지지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22일부터 세차례 정도 토론회를 열고 후보들을 평가한 뒤 8월 3~4일 워크숍에서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평련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본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민평련 토론회를 마친 후보들의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후보들은 김 전 고문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업적을 기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첫 주자로 나선 김 전 지사는 쏟아지는 질문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자신감이 없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후보는 손 고문이다. 그는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으며, 자신의 슬로건인 '저녁 있는 삶'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는 평을 얻었다.
문 고문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김 전 고문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면서 민평련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변해 "대체적으로 차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당밖 안철수 원장에서는 평가를 보류했다.
민평련 내부에서는 안 원장도 불러 검증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출마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민주당에 입당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평가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일단 민평련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 원샷 경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민평련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를 낼 바에는 5년을 더 기다리는 게 낫다"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보다 민주당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
◇안철수에 견제구=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강력 비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간다는 것을 느꼈다"며 "출마하지 않고, 정치와 거리를 두고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에게만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장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를 하는 나쁜 사람으로 매도되기 일쑤였다"며 "정치인으로서 저도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하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그는 "민주정치는 정당정치가 아닌가"라며 "정당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바로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출마할 것이 분명하면서도 계속 국민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한편으로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혹평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최근 대선공약을 담은 대담집을 출간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배트맨'으로 칭해 눈길을 끌었다.
손 고문은 지난 21일 오후 강원 춘천시 효자동 축제극장몸짓에서 열린 '저녁이 있는 삶-춘천 토크배틀' 행사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다함께 차별과 특권의 새누리당 정권을 바꾸자고 한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안 원장을)배트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안 원장을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철수는 지금 정의의 사나이다. 그 사나이를 어떻게 욕하나"라며 "(누구든)안철수를 지금 욕할 자격이 있냐"고 안 원장을 두둔했다.
다만 "소설의 세계 속 배트맨이란 가공적 영웅이 우리 세상에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다 줄 수 있겠느냐"며 "정의의 사도로 오긴 했지만 배트맨의 역할은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고 안 원장이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평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손 고문은 "안철수가 결국 제 손을 들어줘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철수 지지표가 나한테 올 것이다. 그래서 저는 안철수씨가 간접적으로 출마선언한 것을 사실 크게 환영한다"며 최종적으로는 안 원장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고문은 자신이 안 원장에게 정치 입문을 권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제가 정치 권유했다"며 "안철수 교수는 올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취임했다. 그 기관을 제가 만들었다"고 안 원장과 인연을 소개했다.
정세균 후보는 같은날 오후 전북 지역 신문사 초청으로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안 원장 없이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 되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연대이자 극복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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