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죽기 살기가 아닌 그냥 죽기로만 했다”
“무릎·어깨 부상… 손가락 인대 끊어진 상태“
온라인뉴스팀
| 2012-08-01 18:03:00
“왼 무릎, 어깨, 팔꿈치 모두 다친 상태이고 손가락 인대는 끊어진 상태였다.”
김재범(27·마사회)은 왼쪽을 거의 쓸 수 없을 정도로 입은 심한 부상에서 정신력 하나로 런던 하늘에 애국가를 울렸다.
김재범은 1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2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유효 2개를 얻어내며 올레 비쇼프(32·독일)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매우 기뻐서 말로 표현이 잘 안된다”며 “이번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가문의 영광이다”고 정상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이어 “4년 전에도 최선을 다 했고 죽기 살기로 했고 은메달에 감사했다. 지난 4년 동안은 살기 없이 죽기로만 했기 때문에 오늘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더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 결승에서 만난 비쇼프에게 1분30초를 남기고 유효를 내주며 은메달에 그쳤던 김재범은 4년 만에 깨끗이 설욕했다.
이에 대해선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결승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람대로 된 것 같다. 마음껏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었고 오늘 바람대로 잘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1파리세계선수권 금메달, 2012아시아유도선수권 금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재범은 이번 런던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김재범은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사실 별로 좋지는 않았다. ‘팔이 부러져도 좋고 다쳐도 좋으니까 오늘만 버티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답했다.
김재범은 런던 히스로공항 입국 당시 부상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혹시나 핑계로 비쳐질까봐 우려해서였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모두 털어놓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켰다. 김재범은 “왼쪽은 무릎을 비롯해 어깨와 팔꿈치를 모두 다쳤고 손가락 인대까지 모두 끊어진 상태였다. 솔직히 어제까지 5~6주 동안 훈련을 거의 못 했다”고 말했다.
왼 어깨는 습관성 탈구로 4차례 빠졌었고 왼 팔꿈치는 인대가 늘어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왼 손가락 4번째 손가락의 인대는 아예 끊어진 상태로 힘을 쓸 수 없다.
김재범을 곁에서 지도한 정훈(43) 감독은 “몸의 3분의2가 안 좋은 상황임에도 금메달을 따줘서 감독 입장에서 매우 고맙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투혼을 칭찬했다.
이어 “엑스레이 찍으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의사도 이 몸으로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고 물을 정도다. 인간승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정훈 감독은 “4년 전과는 완전히 차이가 난다. 세계대회를 2연패했기 때문에 지금 최고 기량을 보인 것 같다. 유도에서 노메달을 예상하는 기사를 보고 너무 속상했는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재범의 결승전 상대였던 비쇼프는 “4년 전과는 달랐다. (김재범이)굉장한 발전을 이뤘다”며 “금메달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