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직개편안 타결로 본궤도

朴대통령, 후속조치 논의...갈등의 불씨 여전

이영란 기자

| 2013-03-18 16:11:00

[시민일보]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통과로 본궤도에 올랐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전날 별도 일정 없이 정부조직법 협상 상황을 지켜본 박 대통령은 여야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향후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 공표 및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 등 후속작업에 돌입했다.

또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편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김장수 실장 임명 등 이에 따른 후속조치도 잇따를 전망이다.

아울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에 관해서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과정= 앞서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은 극한대치 끝에 지난 17일 최종 타결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21일만이며, 새누리당이 지난 1월30일 이한구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한지 47일째다.

여야는 전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4인 회동을 열어 박근혜 정부 17부3처17청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최대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허가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방송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도 전격 합의했다.

당초 새누리당이 법안을 발의할때만 해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어렵지 않게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야간 개정안 내용에 공통점이 많았고 새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 무리한 발목잡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 탓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하는 '6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통령 출범식(2월25일) 이전 처리를 목표로 활동에 착수했지만 현실은 미래부가 발목을 잡았다.

새누리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방송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원안을 고수했지만 민주당은 방송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이 때부터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협상은 1차 시한(2월14일)과 2차 시한(2월18일), 3차 시한(2월26일)을 모두 넘기며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 것.

그러나 새정부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와 야당이 새정부 출범에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시로 협상 채널을 가동하며 극절타결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는 평가다.

이같은 물밑협상 끝에 지난 3일에는 잠정 합의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SO) 관할권을 미래부에 주느냐, 방송통신위에 남기느냐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서 협상은 다시 난망 상태로 이어졌다.

협상이 교착상태로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타결을 촉구하고 양당 대표가 전격 회동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잠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갔지만 협상은 여전히 고착상태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공백을 초래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15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을 갖고, 'SO의 미래부 이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야당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책임을 지고 충분히 협의해서 잘 풀어나가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양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회동 이후 여야 간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더이상 국정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여야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결국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저녁부터 주말인 16일까지 연이틀 심야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집중적인 막판협상을 벌였다. 17일에는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4인 회동을 열고 47일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야는 협상과정에서 성숙하지 못한 자세와 정치력 부재를 드러냄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또다시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민생과 상관없고 이해하기 힘든 문제를 가지고 여야가 양보 없는 갑론을박과 네 탓 공방만 벌이는 모습에 또다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향후 전망=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 중에는 정부 개편과 무관한 정치적 사안들이 다수 들어가 있어 오히려 정치권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민주통합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의 원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력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건과 관련, 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안을 발의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5명씩 참여해 3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토록 하자고 요청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어정쩡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SO와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관련 분야를 인수위 원안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또한 골프, 바둑 등 비(非)보도 부문의 채널사업자(PP) 업무도 미래부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미래부 장관이 뉴 미디어와 관련해 허가·재허가를 하거나 법안을 제정·개정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여당 몫 위원 3명, 야당 몫 위원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 방통위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부는 뉴미디어에 대한 허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주파수·전파 관할 문제도 미래부로 이관시키지만 여야가 서로 한발씩 양보했다.

그러다보니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가 관리하지만,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담당하게된다.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월 임시국회에서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고, 활동시한은 6개월이다. 향후 특위에서 공영방송 이사선임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야 입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8일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타결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용단에 감사하고 민주당 지도부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정부조직법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을텐데 다행히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민주주주의는 절대적인 지지를 우리 모두가 인식하기 어렵다는 겸허한 자세에서 시작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당이 필요하고 토론과 타협의 산실인 국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다는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상대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상대가 있는 게임인 정치를 하고 있다. 상대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듯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상대도 달라진다"고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강압적 분위기가 넘쳐난다면 협상 시간과 과정은 낭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면서도 "길고 험한 길이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유익하다는 것은 인류의 경험"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정부조직법 통과는 시급을 요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광범위한 국정 전반 체계를 바꾸는 38개 법안이 47일 걸렸고 이는 정부 출범이 21일 지나 늦은 감이 있지만 평균 제정기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라고 자평했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이 지상파라는 소를 벌써 잡아먹고 박근혜 정부마저 나머지 소 즉 그 유료방송마저도 다 잡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번 소만큼은 꼭 지켜야 된다는 그런 심정이었다"며 "소(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먼저 튼튼하게 했다"고 자평했다.

또 그는 ""SO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긴 했지만 뉴미디어 인허가, 법률 제·개정시에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권을 신설했다"며 "방송법에 SO관련 공정성, 공공성, 공익성을 해칠 수 있는 불안한 간섭을 배제하는 조항을 관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미디어를 이용해서 새로운 방송장악을 꾀하려한다는 민주당의 일관된 그런 우려를 보완할만한 여러 가지 장치를 합의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전허가의 경우 지금 방통위가 3대 2로 여당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건 맞지만 그건 그전에 이명박 정권에서도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해서 여당인 방통위원회를 통해서 전횡을 부렸던 그런 사실들이 있다"며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기이기 때문에 여기서 합의가 안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실효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 논의에는 자연스레 공영방송 이사 선임요건 강화 등도 포함된다"며 "다만 논의사항이 문서화 돼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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