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영웅이란?

인천남동소방서 119구급대

이용희

| 2014-03-26 15:55:53

필자는 구급차를 타고 활동중인 구급대원이다. 소방서에 들어온지 6년이 넘은 지금도 현장활동을 하다보면 긴장을 하여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때가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심정지 상황이다.

얼마전 구급차를 타고 출동을 나간적이 있다. 역시 심정지 상황이다.

한손에는 신고자와 전화를 하며 다른 한손으로는 무전기를 잡고 ‘CPR 상황으로 추정’하는 소리에 또 내 가슴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하여 집안을 들어가 확인했다. 50대 남성이었으며, 보호자인 아들이 심폐소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장 마사지가 이상해 보인다. 보호자가 하는건 심장 압박이 아닌 말 그대로 심장 마사지다.

흉부를 누르는게 아니고 주무르며 마사지를 하는게 아닌가!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고 병원 의료진도 최선을 다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지만 우리가 말하는 5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원까지 이송 시간이 길었을 뿐 아니라 병원전 심폐소생술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소생 가능성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섰다.

약 10년 전만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아느냐?’라고 질문을 하면 10명중 9명은 ‘모른다’라고 대답했지만, 현재 10명중 8명은 ‘알고 있다’ ‘교육 받았다’ ‘할 수 있다’등 긍적적인 반응을 많이 볼 수 있다.

과거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각종 매스컴과 의료기관, 소방서, 적십자사, 군부대 등에서 수많은 홍보와 교육으로 일어낸 성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심폐소생술 생존율을 보면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시애틀:16.3%)의 절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심폐소생술을 하느냐가 아닌, 심폐소생술의 질이다.

신고자부터 구급대원의 현장처치와 병원 의료진의 전문적인 처치까지 하나의 생존 고리를 이루어 소생율을 높여야 한다. 그중 제일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일반인, 즉 최초 목격자이다.

최근 많은 논문과 연구 발표에서 최초 목격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루고 있다.

의료진이 아니더라도 또 구급대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질 높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만 가진다면 누구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TV 프로그램중 ‘심장이 뛴다’라는 연예인들이 소방서에서 체험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결코 전문인이 아니다.

그들도 구급대원이 아닌 일반인이다. 또 그들은 열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
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행한다면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다.

언론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들을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이 영웅이 되는 그날’이 오길 희망하며 나는 오늘도 구급차에 올라 사이렌 경적을 울리며 출동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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