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은 왜 중요한가?

유명희 아동청소년인성교육연구소장

유명희

| 2014-04-08 15:14:15

▲ 유명희 아동청소년인성교육연구소장 1980년대 초 아동학 원서 교재에서 ‘child abuse'(아동학대)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참 생소하게 생각했었던 기억과 함께 최근에 '아동학대'라는 용어를 여러 메스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면서 한국에서도 이제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좀 더 적극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보도되는 한국에서의 아동학대의 실상이 그 옛날 서구에서 보도 되었던 내용 보다 더 잔인하고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개인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 지배적인 부모는 아동을 체벌하는 수준이 아니라, 굶기고, 목 조르고, 가두고, 성폭력 까지 부모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를 거침없이 자행하고 있고, 이러한 비정상적 양육행동을 죄의식 없이 실행하는 부모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녀양육을 자기 가정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자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가치관으로 약자인 아동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는 어린 아들을 껴안고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경제적 빈곤에 지친 아빠는 자녀들과 동반자살로 어린 자녀들의 생명을 자기 책임이라고 마음대로 자녀의 생을 마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자녀양육에 관한 많은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한국의 부모는 아동양육에 대한 지식과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부모, 교사가 말 안 듣는 자녀나 학생을 체벌로 나쁜 행동을 수정시키려 했던 과거의 체벌교육조차 현대 민주주의 교육 방법에서는 금지시키고 있다.

아동심리가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에 벌을 가하는 경우, 더군다나 그것이 억울하게 체벌을 당했을 때 아이들 정신적 세계에 쌓이는 적대감은 생각 보다 크고, 그것은 반드시 공격성으로 연결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교육학적인 입장에서 신체적, 정신적 벌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주요한 사항임이 분명하다.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부모들 자신이 심리상태가 불안하고, 불안한 아동기를 거쳤으며, 부부관계도 악화된 상태의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혼과 재혼의 가정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가족형성에 대한 준비 부족과 아동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자녀를 부모 마음대로 키우려고 하다 안 되면 폭력을 가하는 무지한 부모가 많아지는 것도 현실이다.

자녀는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처음부터 없다. 그리고 부모도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유전인자를 가진 자녀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부모는 자신의 기질과 특성과 유사한, 때로는 전혀 다른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화시키면서 큰 기쁨과 행복감을 몸과 마음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부모다운 부모는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역할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다보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아동심리를 배워야하고, 자녀와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의견차이 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이론적인 방법을 훈련과 교육을 통해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만 시키려고 하면 그 교육은 이미 교육의 효과를 볼 수가 없다. 부모가 자기 스스로를 교육시키는 ‘자기교육’을 우선시 하며 그 모습을 자녀들에게 모델로 보여줄 때 자녀를 위한 교육은 교육적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보급되면서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서 일반 부모들을 대상으로 많은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아들러와 드라이커스의 STEP프로그램, 고든의 PET프로그램을 응용한 부모역할을 효율적으로 하는 훈련 프로그램은 부모자녀관계에서 대인관계 기술을 훈련시키고, 예비부모부터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대상으로 바람직한 부모자녀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지식을 교육시키며, 민주적 양육방법 등을 훈련시키고 있다.

자녀의 기질과 개성을 인정해 주는 부모 되기, 자녀에 대해 편견이 없는 부모 되기, 죄의식 없는 부모 되기, 아동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부모 되기, 아동학을 공부하는 부모 되기 등 좋은 부모 되기 위한 전략은 아동을 보는 눈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는 아동발달의 경이로움으로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좋은 부모 역할로 자신감과 행복감을 갖게 된다.

아동심리를 알면 양육이 쉽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가정양육적 접근의 아동학 연구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동학 이론과 연구결과는 실제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기 싶다.

그러나 아동연구는 인간발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각 발달단계마다 변화하는 행동특성을 밝히고, 그 발달단계 마다 바른 양육지침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아동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과학적 지식은 실제 아동양육과 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로 이용되어야 하며, 부모는 좋은 부모로서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을 계속적으로 배워야 한다. 부모, 자녀는 각기 다른 세대이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이 같이 살아가야 하는 가족원이며, 가족문화는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같이 변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족구조가 핵가족 형태가 지배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서구의 핵가족과는 달리 가족관계의 정서적 긴밀감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아동학에서 가족연구는 상호작용론적 관점에서 부모자녀관계의 호혜적 상호작용에 집중적 연구를 하고 있다. 현대 한국사회는 가족문화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자녀양육도 이제 각 가족마다 가족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양육자가 어머니가 아닌 경우가 증대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 증가는 대리양육자의 아동양육 참가율을 증대시키며, 조부모, 어린이집교사, 양육도우미 등이 아동양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녀양육은 어머니만의 책임이라는 관념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아동양육의 문제는 부모의 책임이자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발달에 있어서 아동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질적인 보호와 배려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양육자와의 정서적 긴밀감이다. 인간은 아무리 물질적인 공급을 완벽하게 받아도, 정신적인 애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건전한 발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배고픔의 욕구충족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애무해 주고, 끊임없는 관심과, 집중적인 격려, 절대적이 지지가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를 안아주는데 더 이상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꼭 안아 주는 습관을 형성시켜야 한다.

부모교육 참여는 의무이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하여 어떤 양육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자녀에게 어떻게 해 주는 것이 민주적인 양육인가? 허용적인 태도는 왜 나쁜가? 권위주의적인 양육의 부정적 의미는 무엇인가? 부모의 양육태도를 분석해 보면 부모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검사를 통한 양육태도의 평가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부모가 부모 자신의 양육태도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의 양육방법은 자신의 양육철학과 개성, 가치관에 다라 차이가 있으며, 이것은 부모 자신이 자란 가족환경, 직업, 종교, 사회적 지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각기 다른 양육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비교문화적으로 보면 서양과 동양은 서로 다른 양육방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구의 양육방식은 민주적이고 동북아시아는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양육태도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서구의 양육방법이 항상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민주적인 것은 아니고, 한국적인 양육방법도 부정적 의미만 강한 권위주의적인 양육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유교적 사상의 영향으로 아동보다는 어른을 존중해야하는 관념이 강해 아동중심이 아니라 어른 중심의 사회였고, 부모는 자녀를 잘 키워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신분상승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녀를 교육시켰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이와 같은 한국의 권위주의적 양육태도는 서구의 민주적 양육태도에도 포함되어 있는 엄격한 훈육적 양육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단지 서구의 부모-자녀관계가 수평적관계로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중요시해서 문제해결을 합리적으로 하는 방법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도 바람직한 양육을 위한 부모와 사회의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하며, 사회 성원을 키우는 자녀 양육을 제대로 잘 하기 위하여 아동학을 공부하고,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로 자리 잡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인간은 아동기가 행복하지 않고는 결코 행복한 성인기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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