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의 사퇴, 국민적으로 반길 일이다.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4-06-24 16:51:07

▲ 이기문 변호사 그의 회견문을 읽어보았다. 그의 회견문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것은 그의 인품이 존경할만한 분은 못 된다는 점이었다. 그의 회견문 곳곳에는 자신의 내심의 분노가 깔려있었다. 그는 회견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이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이냐.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이다.”

그가 지적한 민주주의 요소는 ‘국민의 의사’와 ‘법치’ 두 가지다. 그러나 국민의 의사는 여론으로서 이는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의사가 변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왜 국민 여론이 그처럼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법치’를 지적한 것은 국회가 법치의 모범을 따라야 하는데 대한민국 국회는 법치의 모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괴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그에 대한 청문회는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요청서를 국회에 보낼 때부터 청문회 개최 의무가 생겨나는 것 뿐이다. 즉 자신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열어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지적은 틀렸다.

그런데 이 경우 인사청문회 요청을 박근혜 대통령이 보내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그가 지적해야 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 인사청문요청서를 왜 보내지 않았느냐를 탓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하여 아무 언급이 없다.

그는 대통령과 국민에 대하여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가 내어 놓은 이야기는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비난 뿐이었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반대했던 사람들에 대한 맹비난이 사퇴회견문의 주였다.

그는 언론에 대하여는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했다. 그가 표현한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무엇이냐가 문제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비판을 오도된 여론으로 보아 넘겼던 것 같다. 그의 지적대로,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다. 발언 몇 구절을 떼어 내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는 내용의 표현을 했다. 총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인가?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남북 분단 그것도 하나님의 뜻",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강연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의 강연 내용에는 그의 평소의 사고가 배어 있다. 그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로서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는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 되어지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신앙관을 그는 가지고 있다.

그의 신앙관에 따르면 그에 대한 국민 여론의 비등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결론이다.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는 그의 강연의 내용도 우리 민족성의 일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우리 민족성의 전부인양 표현했다.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의 강연내용을 과거 그의 신앙고백만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우리 민족을 비하한 측면이 있다. 과거 일본의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그는 위의 신앙관을 개인의 신앙의 자유로 표현했다. 자신의 신앙에 따라 한 신앙고백이 무슨 잘못이냐는 항변인 것이다.

결국 그가 왜 총리후보로서 자진사퇴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여론과 정치권만을 질타 한 채, 후보를 사퇴했다. 진정한 그의 인품이 느껴지려면 그의 신앙강연에 대하여 스스로 자성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명을 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강연은 자신의 신앙의 자유로 표현하고, 그에 대한 잘못은 없는 듯이 회견을 했다.

그의 조부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조부의 항일독립운동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했다. 그런 그에 대하여 이번 보훈처 조회과정에서 2010년 애국장이 추서된 것을 알았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조부가 항일 독립투쟁에 앞장선 사람이라면,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경우, 자신의 조부는 하느님의 뜻에 거역하는 일을 한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데...그래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느님의 뜻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해명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의 사퇴는 정말 국민적으로 반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부분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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