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이상고온, 농업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분자육종과
윤인선
| 2014-07-24 17:03:11
이러한 기후변화의 여파는 아마 농업과 농ㆍ어촌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올해만해도 꽃피는 순서가 달라져서 꿀을 따는 양봉농가가 혼란을 겪었으며, 길어진 고온의 영향으로 채소들도 생육이 달라져 심는 시기와 품종, 출하시기, 이에 따른 농산물 가격변화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지속적인 것이며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 땅과 하늘에 의존하는 농업의 특성상 기후변화가 야기할 위험요소들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농업생명공학 기술 개발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얼마 전 지구상의 바나나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 바나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캐번디시라는 바나나 품종을 침해하는 곰팡이가 원인이 됐다. 현대 농업은 대부분 사람들이 선호하는 개량된 품종들을 위주로 재배를 하고 있다. 따라서 급작한 기후변화나 새로운 병 발생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현재 재배종이 취약하다면 손 쓸 기회조차 없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 우려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아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종자를 개발, 확보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확량이 두 배가 되는 쌀을 개발하는 녹색혁명을 통해 식량자급과 국가 발전의 기반을 확보한 농업기술 개발의 저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 기술은 기초에서 응용분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농업에서도 여러 가지 작물의 유전자를 들여다보면서 가뭄과 염해에 강하고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 잘 자라서 수확량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언젠가는 사막이나 바다에서 혹은 우주에서 농장을 일굴 수 있는 농업 신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는데 농업생명공학 기술이 큰 영향력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원하는 시기에 꽃을 마음대로 피울 수 있고, 작물의 생장을 조절할 수 있는 농업생명공학기술을 통해서 이상고온으로 짧아지는 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