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행정·정책방향 특별인터뷰
"지속가능한 주민 공동체 '따복마을' 민간 중신 자율적 참여가 성공 열쇠"
채종수 기자
cjs7749@siminilbo.co.kr | 2014-07-29 15:47:54
|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앞으로의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꽃뫼마을 공동시설 이용모습서 영감 받아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에서 12일간 머물면서, 국민의 명령은 ‘혁신하라’는 것이라고 느꼈다. 저는 늘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 당한다’고 말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정치권이든 공직사회든 위험하다. 혁신에는 끝이 없지만, 혁신의 시작이 무엇인지는 확실하다. 바로 나부터 변하는 것,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 저부터 바뀌려고 한다. 인사권을 야당과 나누고 도지사 공관을 도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첫걸음이다. 제가 생각하는 혁신에는 몇가지 키워드가 있다. 현장과 소통, 통합, 그리고 데이터다. 첫째 현장과 소통이다. 항상 문제는 현장에 있고 답도 현장에 있다. 저는 공무원들에게 현장으로 달려가라고 말한다. 보고서도 현장을 뛰며 쓴 것과 책상에서 쓴 것은 차이가 난다. 저 또한 세월호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재난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통은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다. 도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반영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침으로 삼겠다. 둘째 통합이다. 우리나라 권력구조는 승자 독식이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구조다. 연정, 상생과 화합을 통해 도민 모두가 공감하는 경기도정을 펼칠 것이다. 셋째 데이터다. 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을 통해 경기도정에 투명성과 과학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공무원들도 디지털마인드로 무장해서 열린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핵심 공약인 ‘따복마을’에 대한 구상을 밝힌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세 모녀 자살사건' 등 이웃집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공동체 해체가 심각하다. 저출산, 고독사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고민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수원시 화서동 꽃뫼마을의 한 아파트가 지하공동시설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따뜻하고 복된 마을’, 따복마을의 영감을 얻었다. 꽃뫼마을은 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주민 참여가 늘어나면서 마을공동체가 복원된 사례다.
임기 동안 단시간에 무리해서 추진하려고 하지 않겠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공기관은 뒷받침하는 체계로 추진할 것이다. 또 물량이나 인건비를 얼마나 쏟아부었느냐 하는 외형적인 성과를 따지기보다는 사업을 내실화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을 육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경기도만의 마을 만들기 비전을 제시하겠다. 앞으로 경기도에 따복사랑방, 따복서당, 따복놀이터, 따복동아리 등 도민들의 사랑과 온기가 가득한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등 수도권 출퇴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교통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은. 지난 16일부터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됐다. 지속적으로 출퇴근 현장에 나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입석금지 전, 조치 당일과 다음날, 그리고 일주일 되던 날 직접 현장을 점검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정류장에 서서 20분쯤 됐을 때는 양말까지 다 젖더라. 도민들의 불편을 직접 겪어 보고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다. 특히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보는 게 중요하다. 정류장도 다음 정류소와의 거리, 지하철역과의 거리 등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르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 따라 주민들의 선택도 계속,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정말 치밀하게 해야 한다. 꾸준히 모니터를 하면 의미있는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기간별 대책을 세워 동시에 구상 중이다. 우선 현장대응팀을 주요 정류소에 배치해 출퇴근길을 모니터하고 재량권을 부여해 탄력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버스도 계속 증차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굿모닝 버스’가 될 것이다. ‘굿모닝 버스’는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말씀드린 공약인데, 입석금지가 시행되면서 필요성이 더 커졌다. 경기도와 서울에 멀티환승터미널을 만들어 2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도록 하는 ‘굿모닝 버스’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좌석예약도 가능한 앉아가는 버스로 구상 중이다. -또 하나의 대표 공약이 ‘빅파이 프로젝트’다. 향후 방향은. ‘빅파이(Big-Fi) 프로젝트’는 ‘빅데이터(Big-data)’와 ‘프리-인포메이션(Free-information)'을 합친 말이다.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 도민에게 필요한 빅데이터를 빠르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우리가 돌아다니면 폐쇄회로(CC)TV에 하루에 5번은 찍힌다. 119에는 매일 민원이 들어온다. 이런 공공의 빅데이터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취합하고 분류해서 도민의 아침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시도를 우리 경기도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실현하려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따뜻한 공동체를 위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제가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는데 사정이 어렵더라. 퇴직하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게 치킨집인데 성공률이 낮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느 시 어느 동 거리가 맥주 소비가 많다' 하는 것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이 창업할 때 '어느 지역에서 하라'고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민원 행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수관이 노후해서 녹물이 나오는 지역의 민원을 빅데이터로 분석했더니 민원이 잦은 지역이 파악되더라. 이렇게 소상공인 창업지원, 민원 해결, 범죄예방 애플리케이션 등의 빅데이터가 활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빅데이터와 개인 프라이버시 사이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철학적인 논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 먹을거리 만드는 일, 재난안전과 관련된 데이터부터 활용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빅데이터와 사생활 보호라는 양 측면을 잘 따져 경기도의 빅파이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에 하나의 스탠더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도는 남북으로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이다. 지역균형개발을 위한 해소대책은? 최근 경제투자실의 5개 부서를 북부청으로 옮기는 민선6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북부청 기능을 보강한 개편안이다. 경기 북부는 이중·삼중 규제가 투자를 제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규제합리화가 필요하다. 먼저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규제를 시·군으로 분산한 후, 중앙정부에 규제합리화를 설득할 것이다. 더불어 경기 북부에 생활형·지역특화형 경제발전 전략을 세우겠다. 예를 들면 동두천이 미군기지가 떠나면서 피폐해졌는데, 그곳에 요즘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미8군 무대에서 음악하던 사람들, 또는 무대에 서려던 연습생·지망생들을 중심으로 동두천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디밴드가 많은 홍대 앞처럼, 이런 생태계를 살려주는 게 관의 역할이다. 또 양주·포천 지역에는 이미 패션산업이 자생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이곳을 북한의 개성공단과도 연결하고, 패션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지가 아닌 판매와 엔터테인먼트까지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렇게 북부 지역에 자생 중인 산업을 발굴하고, 투자 유치와 일자리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도지사 좀 만납시다’라는 이름으로 매주 도민들을 만나 민원상담을 하는 혁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나. 선거하는 동안 계속 가슴에 품었던 글귀가 있다. 정조대왕의 ‘필부함원 손상천화(匹夫含怨 損傷天和)’다. 한 사람이라도 백성이 억울함을 품으면 하늘의 조화가 손상된다는 뜻이다. 저 또한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자 한다. 그런데 도지사가 구중궁궐 속에서, 참모나 문서를 통해서 민원을 듣는다면 그건 또 하나의 기득권이다. 도민들의 생생한 말씀을 듣기도 어렵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도청과 북부청 민원실을 오가면서 도민들의 속사정을 듣고 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거꾸로 제가 배우는 게 많다. 놀라울 정도의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거나, 생활밀착형 민원을 가져오는 분들이 많다. 현장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경험한 분들이라 해결책도 가지고 있다. 이런 분들을 민간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의견을 듣고 도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구상 중이다. 앞으로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민원실 문을 활짝 열겠다.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통해 연정을 추진 중이다. 구상하게 된 계기와 진행 상황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한 얘기가 권력분산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분권형 대통령 제도를 얘기해 왔다. 이제 도지사가 됐으니 경기도에서 정치철학인 권력분산을 실천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여당에는 경고, 야당에는 주의를 줬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힘을 합쳐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민심의 뜻을 새겨듣고 통합의 정치에 나서는 것, 연정은 그 시작이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을 보면서 독일이 부러웠다. 각국 정상 중에 유일하게 메르켈 독일 총리만 자국팀 경기현장에 나타났다. 독일이 대연정으로 권한을 장관들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독일이 통일 과정 속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기반에는 연정을 통한 정치안정과 사회통합이 있었다. 독일의 연정을 근간으로 우리 정치제도와 문화에 맞는 한국식 모델을 만들 것이다. 여야 정책협상단의 논의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양당이 공약한 사안, 그리고 생활임금조례 등 4개 조례안에 대해 그동안 논의했고, 타결이 임박해 있다. 오는 8월에는 정식합의문을 쓸 것으로 본다. 남은 부분은 사회통합부지사 등 인사 문제다. 야당에서 좋은 분을 추천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소야대 도의회, 진보 교육감과 함께 도정을 꾸리는 길이 험난할 거라는 예상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가. 어떤 정책이든 최선이자 최우선은 먼저 도의회와 상의를 하는 것이다. 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도의회와 협의를 통해 밑그림을 그리고 난 후 진행하겠다. 제가 국회의원 때 비판했던 것이 있다. ‘왜 국회가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 왜 정부는 먼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국회에 통보해 주느냐’ 하는 문제제기였다. 그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겠다. 예산을 세우고, 정책을 집행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모든 과정에는 여야간의 타협, 협상이 중요하다. 타협이 없으면 이런 사안이 그냥 무산되거나 하염없이 늦춰진다. 정공법은 도의회, 야당과 협의하는 것이다. 먼저 협의를 한다면, 예산이나 정책 등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은 오히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민 행복이라는 최상의 가치를 위해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 취임 전 이재정 교육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문제에 이념과 정파를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도청과 교육청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정책협의 창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양 기관 정책 책임자 두 명씩 4인으로 협의기구를 두고 상시 운영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하는 문제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포함된 '3+3 회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합의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갈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 달라. 혁신하고 통합하라는 도민들의 말씀을 항상 떠올리며, 현장에서 도민과 소통하는 도지사가 되겠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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