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강남의 콜뛰기와 국제 콜뛰기

이영환 건국대 교수

이영환

| 2014-07-29 17:24:32

▲ 이영환 건국대 교수 차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은 콜택시 회사는 가치가 얼마나 될까?

우버는 모바일 앱을 이용한 “차량공유 서비스”라고 자신들을 설명한다. 모바일 앱에 고객이 자기 위치와 목적지만 쳐 넣으면 가까운 거리의 공유차량이 도착한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기의 차를 공유하여 고객을 태워다 주고 돈을 벌 수가 있다. 말을 복잡하게 했지만 사실은 자가용 영업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강남에서 성행하는 “콜뛰기” 회사인 우버는 이제 겨우 4년차된 벤처 스타트업이다.

우버는 지난달 182억불로 산정된 회사가치를 기준으로 12억불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벤처 스타트업 사상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회사로 기록되었다. 자기 차는 한 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콜뛰기 택시 회사인 우버와 비교할 때 수만 명에 달하는 직원과 수십만 대의 차를 가지고 140여국에 진출하여 운영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렌터카 회사인 헤르츠(Hertz)의 기업 가치는 고작 120억불 정도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는 숙박 공유 서비스 회사인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각국에 방을 대여할 집주인과 여행자를 연결한다. 돈만 내면 여행자는 그 집주인이 정해준 방에서 묵게 해준다. 에어비앤비는 올 4월 기업가치 100억달러로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4억 5천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이렇듯 차량공유, 숙박공유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로 투자자들의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공유 경제 기업들은 많은 나라에서 기존의 산업과 경쟁하면서 이들을 와해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 택시 산업의 종사자들이나 호텔 산업의 직원들은 자칫 실직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각국에서 택시운전자들이 집단 시위에 나서는 등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공유차량 서비스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고 캘리포니아에서도 리무진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로 간주하여 모든 의무를 따를 것을 종용했고 벨기에의 브뤼셀은 우버 영업자에게 1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콜뛰기”는 이미 불법으로 규정되었던 산업이다. 지난 달 13일에는 서울 개인택시 조합이 시청광장에서 우버의 영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 주 우버 코리아의 택시 모바일 앱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단속을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5월 우버코리아와 차량대여업체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려 우버 앱을 통해 불법 영업을 한 운전자에게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우버 코리아는 “스마트 도시 추세와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성명을 내고 정면 반박을 하고 나섰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 보면서 필자는 심정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서울시가 슬그머니 우버의 영업을 허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공유 경제라는 변화를 막고 시대적으로 역행한다는 논리적 오류를 서울시가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공유 경제가 서민 가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방해한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고 셋째는 우버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엄청난 현금 때문에 슬그머니 따라붙을 정치적인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버와 서울시의 힘겨루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것 때문에 한 숨을 짓게 된다. 똑같은 콜뛰기인데 강남 콜뛰기는 단속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적인 공유경제 회사이다. 우리가 관련자들을 범법자로 취급하고 숨어서 영업하게 하는 동안 외국은 관련자들을 벤처창업자로 182억불(18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창조한 천재로 대접한다.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민족인가 이야기 할 때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등을 꼽는다. 1999년 시작된 싸이월드는 유사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보다 4년 빠르고 페이스북보다 5년 빠르게 시작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화에서는 다이얼패드, 지식검색에서는 디비딕 등 세계의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시작되었던 서비스들을 쉽게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위의 세계 최초 벤처 중에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이 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필자는 정부의 뒷다리 잡기 식 규제가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아무리 많아도 정부가 규제와 불법화를 계속하면 아무 것도 성공할 수가 없다.

지난 주에는 미래부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하고 범국가적 소프트웨어 추진 기반 구축을 하겠다는 등의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구호를 외쳐도 규제를 풀지 않으면 생태계가 구축될 수 없고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허접 쓰레기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구현하려면 백 가지 좋은 아이디어 보다 창의적인 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규제들을 먼저 풀어놓고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