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은빛생각교실'에서 한글을 학습 중인 참여자들의 모습.
홀몸 노인에 '죽음 불안감 해소' 교육
정서적고립 예방… 개선상태 모니터링
재산 상속·증여 관련 법률상담서비스
올바른 유언장 작성·공증절차등 도와
[시민일보=박기성 기자]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가 지역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돕기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문제는 심각하다. 선진국들의 경우 은퇴하고 나면 그동안 모은 자금으로 노후를 즐기며 여유롭게 보내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는 다르다.
아이가 자라 20살 정도의 성인이 되면 일단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성인이 돼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부모가 뒷바라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들이 취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30살이 돼 취직해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모가 노후에 사용하기 위해 모은 자금을 자녀의 학비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노인이 많다.
하지만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근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매우 낮아 혼자만의 생활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편이다. 최근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고 얼마 전 첫 지급이 이뤄졌지만 이것만으로 노인들의 안정적 노후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다양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복지제도는 대체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개인별로 다른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서비스로 해결할 수 없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프로그램(Well-aging)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죽음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교육 ▲무연고·관계단절 노인들의 장례지원 서비스 ▲저소득층 노인에게 법률지원서비스 제공 ▲장기요양·치매시설 이용 지원 서비스 등이다. 구는 이를 통해 노인들의 정서적인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활동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문프로그램은 올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대상은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제도적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가족과의 단절·사회관계가 취약한 주민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영등포구 재가노인통합센터에서 맡았다.
▲죽음준비교육
요즘은 '어떻게 사느냐'와 함께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존엄사의 개념이 등장하는 한편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버킷리스트’도 널리 알려졌다.
생명에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무리한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 포기각서(Do Not Resuscitate, DNR 동의서) 등을 작성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구는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죽음 준비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교육을 통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남은 자신의 삶을 성숙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갖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교육은 재가노인통합센터에서 사례관리를 받는 홀몸노인, 위기·긴급상황에 했거나 사회관계가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일단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한 후 그 결과를 보고 단계적으로 지역내 65세 이상 주민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상자들은 먼저 죽음불안척도에 대한 사전조사를 받게 된다.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세부프로그램인 ▲인생그래프 ▲나의 버킷리스트 ▲용서와 감사 ▲상속과 유언 ▲나의 묘비명 ▲노년의 행복조건을 주제로 한 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2차 죽음불안척도를 검사해 참여자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그 결과 추가 관리가 필요한 경우 사례관리를 실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러 받아들이게 하고 남은 삶을 건강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례지원서비스
보건복지부는 보호가 필요한 홀몸노인들에게 복지서비스 자원을 발굴·연계하는 한편 정기적인 안전 확인과 정서적 지원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기에는 연고가 없는 홀몸노인이 사망했을 경우 생활지도사가 상주가 돼 장례를 치러주는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구는 이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대상을 무연고 홀몸노인 외에 ▲재가노인통합센터의 사례관리 대상인 홀몸노인 ▲위기·긴급상황에 처한 노인 ▲사회관계가 취약한 계층의 노인 중 장례 지원이 필요한 노인들로 확대해 사망자의 존엄성과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영등포병원·복지병원의 장례식장과 운구부터 영구차 제공까지 장례절차 일체를 제공하기로 했다. 노인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연고·가족관계 존재유무 확인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상자일 경우 협약기관에서 장례절차를 지원한다.
이는 지역내 기업의 사회활동과 공헌을 유도하는 한편 생을 존엄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노인 전문 법률 상담 서비스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젊은 사람이라면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사기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평생 법과 멀리 살아온 경우라면 재산의 상속·증여나 사회환원 등과 관련된 법적 절차를 잘 몰라 재산을 원하는대로 처분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겪을 소지가 많다.
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들에게 제때에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인전문 법률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올바른 유언장 작성, 공증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남은 삶을 계획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는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역내 법무법인과의 협약을 추진 중인 단계다. 협약을 체결한 후 서비스 대상자가 법률문제를 의뢰해올 경우 관련 전문가에게 연계해 법률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구는 이외에도 장기요양 입소 및 사후지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조길형 구청장은 “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한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이들 노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두어야 한다”며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노인들이 정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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