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복지디폴트’ 엄살 아니다

고하승

| 2014-09-03 15:16:26

편집국장 고하승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가 3일 공동성명을 통해 과중한 복지비용으로 지방정부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226명의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명의로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지방비 추가부담액 전액 국고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 ▲무상보육 보조율 추가 5%p 인상 ▲지자체 세수 확충을 위한 지방소비세율 5%p(11%→16%) 추가 인상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기초연금ㆍ영유아보육 등 과중한 복지비 부담으로 지방 재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의 특별한 재정 지원이 없다면 전국 226개 시ㆍ군ㆍ구는 '복지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중앙-지방간 재원조정 방안'을 마련했고, 그로 인해 지방의 복지 재원이 늘어났기 때문에 추가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연금 관련, 작년대비 지자체 부담 증가액(6500억원) 가운데 자연 증가분을 빼고 순수하게 기초연금 도입만으로 추가된 부분은 4000억원 정도"라며 "(추경 편성 계획 등을)파악한 바로는 대부분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할 여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앙-지방간 재원조정 방안'에 따라 10년간 매년 3조20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이전 효과가 발생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막대한 복지재원 분담 방법을 놓고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디폴트(파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지나친 엄살’로 보고 있다. 지난해 지방소비세 전환율과 국고보조율 등을 올려준 만큼 계산상 재원 마련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도입된 기초연금은 지자체의 재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경우 단독 노인가구는 20만원이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이 10만원인 것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한다.

올해 기초노령연금ㆍ기초연금 관련 예산은 국비(중앙정부)와 지방비(지자체)를 더해 5조200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지방비가 1조7229억원으로 작년부터 6516억원(61%)이나 증가했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침체, 취득세 영구인하 등으로 지방세입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갑자기 6000억원 넘게 늘어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자자체의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도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보육비ㆍ양육수당도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2조3945억원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기초연금 예산을 짜는 단계부터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고려, 노인 인구 비중 등에 따라 국고 보조율을 40~90% 범위에서 차등 적용한 만큼 기초연금 때문에 '디폴트'를 운운할 만큼 급한 사정이 아니라며 지자체의 지원요청을 거부하고 말았다.

물론 중앙정부가 부가가치세 가운데 지방소비세로 넘겨주는 비율(전환율) 인상(5%→11%), 분권 교부세 3개 사업(장애인ㆍ정신ㆍ양로시설) 국고 환원 등을 통해 일부 재원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지원으로 지자체의 ‘복지디폴트’ 가능성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추가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세수분담률을 재조정해 지자체의 재정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지자체도 반성할 일들이 많다. 그동안 화려한 청사 건립, 불필요한 행사 개최 등 무분별한 사업추진 등으로 인해 낭비한 예산이 얼마나 많았는가. 시민의 혈세를 쌈짓돈 쓰듯이 마구잡이로 쓰면서 ‘복지디폴트’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모쪼록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현명한 상생(相生)의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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