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위험성과 불확실성
이영환 건국대 교수
이영환
| 2014-09-11 15:22:27
그런데 바라는 결과를 확률로 계산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방해물들을 감지할 수는 있지만 불확실한 경우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 있으면 베팅에 대한 위험성을 계산할 수가 없다. 위험성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승산은 어림 짐작일 뿐이다. 어림 짐작은 10퍼센트 확률로 빗나갈 수도 있고 100퍼센트 확률, 즉 완전히 빗나갈 수 있다.
위험성을 모르는 불확실성에 도박하는 행위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명한 도박사는 불확실한 게임에 도박을 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행위는 연구소 실험에서나 필요하다.
탈리도마이드는 임산부들에게 입덧 방지용 약으로 처음 판매되어 50년대에는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명약’으로 불렸다. 개, 고양이, 집쥐, 햄스터 등 각종 동물실험에서 아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어림짐작했다. 이런 식으로 불확실성을 어림짐작할 때 예기치 못한 큰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 ‘기적의 명약’은 독일과 영국 등 약 50여개 국에서 판매되어 약 1만 여명의 팔다리 없는 기형아를 출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챌린저 우주 왕복선이 있다. 챌린지 호는 1986년 1월 플로리다에 있던 발사대는 발사당일 최저 온도가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한파가 닥쳤다. 챌린저호는 영상 4도 이상이라는 가정하에 디자인 되었다. 용역업체의 엔지니어들은 날씨로 인하여 고무 패킹 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연료가 샐 가능성이 있다고 발사 연기를 주장했다. 나사의 관리자들은 이들 엔지니어들의 이의를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하고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을 선택했다. 엔지니어들이 우려한대로 챌린저는 발사 후 2분이 안되어 공중 폭발하고 7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렇듯 정확한 위험성을 계산하지 못할 때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위험성에 대한 계산 없이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일이 너무 많다. 혹자는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거의 없고 과학기술의 경우 과감히 불확실성에 도전할 때 발전한다.
문제는 그것이 교육분야의 정책일 때는 다르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은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현 서울시 교육감인 조희연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첫 기자회견에서 이미 자신의 임기 중에 ‘교육실험’을 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조 교육감이 ‘교육실험’이라는 말을 굳이 쓴 이유는 자신이 펴려고 하는 정책의 결과와 그 영향이 불확실하므로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취임 후 조 교육감은 첫 번째 사업으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했다. 지난 6월 14개의 자사고 평가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학교들이 재평가에서는 불과 한 달 사이에 서울시내 14개 고교 모두 탈락시켜야 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명백히 객관성은 실종되고 주관적인 이념만으로 평가한 결과다.
그는 자사고를 지정취소 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사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법 개정으로 고교체제 정상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사고를 지정취소 하면 고교체제가 정상화 된다는 증거는 없다. 만일 증거가 있다고 하면 정밀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9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하면 85.3퍼센트 확률로 10년 혹은 100년 내에 고교체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는 연구 실험”을 인용하는 식으로 정책의 근거를 제시하고 열거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정확한 근거 없이 진영의 믿음에 의해 자사고를 고교교육 비정상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부당하다.
조 교육감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교육 정책에 관해서 만큼은 미래를 위해 주먹구구나 진영논리를 벗어나자는 것이다. 설사 어떤 정책이 엄청나고 놀라운 기적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제발 검증하고 또 검증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을 확인하고 제거하는 식의 신중한 정책을 펴는 교육감이 되기를 권한다. 만의 하나 ‘기적의 명약’으로 불리던 탈리도마이드의 재앙이나 챌린저호의 재앙이 교육현장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미 우리 국민들은 커다란 ‘교육실험’ 실험장의 모르모트가 되어 왔다. 그 연장선에서 자사고가 비정상적인 고교 교육의 주범이므로 지정취소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보다는 정확한 영향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명을 교육감에게서 듣고 싶다.
이제는 근거 없는 소신만에 의한 ‘교육실험’을 이제 끝내야 한다. 지난 오십 년간의 시행착오와 실패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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