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여성연대 '여성정치참여 확대방안' 토론회 개최
"여성 정치참여율 16%뿐… '남녀동수' 원칙 법제화해야"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09-18 17:28:42
| ▲ '동네민주주의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동하는 여성연대 토론회 모습.
[시민일보=이영란 기자]정치권의 상향식 공천도입 논의가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할당제 효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정치 참여확대를 위해 ‘남녀동수’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한 전략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행동하는여성연대(상임대표 임정희 시민일보사장)’의 제8차 행동포럼 토론회에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6.4 지방선거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전략과 관련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모든 변수가 등장한 무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정희 상임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힘들지만 ‘꾸준한 행동’만이 가부장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후손이 성평등 문화 속에서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우리 ‘행동하는여성연대’는 여러분을 대신해서 꾸준히 행동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네민주주의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김 소장과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이 각각 발제자로,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조양민 전 경기도의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 소장은 “정당쇄신과 개혁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적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0년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이후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정당공천폐지와 상향식 공천도입과 같은 국면에서 여성할당제의 위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좀더 많은 여성들’을 위한 여성정치 참여확대가 아닌 ‘남녀동수’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남녀동수 정치참여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녀동수는 30%에서 50%로의 양적인 확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인류는 하나가 아닌 남자와 여자 둘이라는 종의 이원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소장은 “남녀동수는 여성에 관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구성에 관한 것”이라며 “여성이라는 성을 대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개인적 권리, 즉 여성이 대표자가 될 권리,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개인이 될 권리를 주장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는 실현가능성의 유무를 떠나 민주적 정치공동체가 실현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의미하며 남녀동수 의회구성의 논리에 입각해 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해 새로운 정의와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의식개혁운동과 더불어 남녀동수공천, 남녀동반선출, 남녀동반경선제 등 다양한 남녀동수 전략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김 원장은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 (CNDP·Commission Nationale du Debat Public) 제도를 언급하면서 “내 주변에서 실현되는 가까운 민주주의이자 삶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동네민주주의이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민주시민에 의한 실천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루지는 과정에는 당연히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다양한 남성,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면서 “그런데 유독 남성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이 대한민국의 정치다. 84%에 달하는 과잉 대표된 남성과, 16%에 불과한 과소 대표된 여성의 참여현실은 한국사회가 민주적인 사회라고 주장할 만한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여성발전기본법 시대를 과감히 청산하고, 양성평등기본법에서 명시한 바,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식적 권한의 50%는 마땅히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정책결정과정의 남녀동등한 참여만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강한 민주주의, 동네민주주의는 동수민주주의에 의해 실현될 수 있으며, 동수민주주의를 통한 동네민주주의만이 실질적인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차별이 이뤄지는 구체적인 일상을 드러내고, 법과 제도를 분석·평가할 뿐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분담을 위한 집회에 참여해 여론을 환기시키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결정자에 대한 로비활동을 통한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늦추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참여가 36%인 유럽의회에서 동수민주주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세계최고 수준의 여성참여가 이루어지는 스웨덴에 여성정당이 있다는 사실은 남성들의 역차별 논리에 입을 다물어버린 우리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일만은 선택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동네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먼저 시민교육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민교육법은 17대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었으나, 폐기되어 새롭게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여성시민교육으로서 유권자 교육, 정치참여 확대 교육, 정치지도자 발굴 및 양성교육 등을 포함한 시민교육법을 만들고 이를 수행할 기관으로 중앙·지방의 17개 시·도 단위의 선거연수원에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연방정치교육원을 통해 300개가 넘는 공인된 교육기관과 재단, 자율조직을 지원해 청소년·여성을 포함한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여성정치교육을 위한 공공기관을 설립해 여성정치교육의 전문성을 기하기 위한 각종 조사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여성정치 교육기관의 지원과 육성을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여성정치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마을정치로서 동대표, 학교운영위원회, 주민자취위원회, 통장, 평통자문위원회, 경찰발전위원회, 구청 자문위원회의 남녀동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여성을 리더로서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내 생활정치교육 내지 양성평등교육이 정기적으로 남녀지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여성들은 생활정치교육 내지 양성평등교육을 잘 모른다. 지역내 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양민 전 경기도의원 = 조 전 의원은 여성의 정치현실을 '최대의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그는 “2004년 총선에 도입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50% 할당제를 제도화한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어 비례대표를 통한 여성의원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순증이라고 볼 수 있을 뿐, 실상 제도적 진척은 없었다”며 “총선이 2년 후로 다가왔는데 상향식 공천제도가 고수된다면 이런 정치환경에서 여성들의 공천을 보장받을 다른 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먼저 “일선 생활정치 현장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봉사와 헌신의 경험이 있는 여성분들에게 출마를 권한다. 지역에서 명망있고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분들은 출마직을 고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에서 일 잘할 여성들을 지원, 격려하고 감시하는 여성유권자의 젠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몇년간의 선거에서는 여성계가 보이지 않았다”며 “2년 후 총선에서는 이전처럼 여성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의원은 “남녀동수의 철학적 근거에 대한 김 소장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2년 후를 대비해 이를 이론적 근거로 해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조항을 어떻게 바꾸야 한다고 주장할지에 대해 확실한 내용구상과 액션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2016 총선에 대비한 선거구제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들었다. 선거구제 변화와 같은 제도변화에 대응하는 여성정치참여 확대전략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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