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의 ‘마이웨이’
고하승
| 2014-09-25 14:03:55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호'가 출범했지만 당내 갈등이 봉합되기보다는 되레 중도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성곤 김동철 유성엽 의원 등 중도파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지난 23일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만나 "당내 중도세력에 3가지 큰 줄기가 있다"며 중도파를 대변하는 비대위원 임명을 요청했다.
이들 세 의원이 거론한 3대 중도세력은 민집모와 안철수계, 손학규계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 같은 요구를 일축하고 말았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이유다. 내세운 명분은 그럴듯하나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실상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미 ‘마이웨이’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4일 '지난 2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2년간 정치에서의 값진 경험을 교훈 삼아 이제부터 다시 뚜벅뚜벅 한걸음씩 내딛겠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그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그는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 중 한 축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결과에 대해선 “(통합신당)탄생 명분이기도 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무산되며 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즉 ‘거대야당을 개혁할 기회’라는 생각에 신당을 창당했지만,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무산’으로 더 이상 개혁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개혁이 무산된 새정치연합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안 전 공동대표가 문희상 비대위에 참여하기를 기다리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를 바 없다.
문재인 비대위원도 마이웨이를 선언하기는 마찬가지다.
문 위원은 25일 "시민참여 정당으로의 전환은 우리당의 오랜 숙제"라며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다양한 기능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당원뿐만 아니라 시민과 지지자를 광범하게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문희상 위원장과 중도파 사이에 불거진 의견대립은 모바일 투표 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모바일 투표가 부활한다면 '네트워크 정당론'을 설파하는 문재인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 위원이 다시 '네트워크 정당론'을 설파한 것은 모바일투표에 대한 미련을 접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내 중도파들이 제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조경태 의원이 “우리 당은 이제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봉합의 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해체나 분해 수준으로 가야한다. 합리적 가치와 이념적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건전한 야당, 수권을 준비하는 야당을 만들어 내야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당 해체론을 들고 나섰겠는가.
심지어 그는 “친노 강경파들을 당에서 내쫓지 않고서는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는 ‘모바일투표’와 ‘네트워크정당’으로 당권을 장악하려는 친노 가족과 ‘이제 새정치연합은 생명을 다했다’고 보는 중도 가족이 어울리지 않게 한 살림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이런 모습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한 정치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을 향해 ‘이혼숙려기간의 부부’로 비유하기도 한다.
협의이혼의 경우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 자녀가 있으나 성년인 경우에는 1개월의 이혼숙려기간이 정해져 있다.
이 기간 중 서로 마음이 변하여 다시 이혼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금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각기 마이웨이를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새정치연합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이혼숙려기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기간이 끝나고 나면 티격태격하던 친노파와 중도파가 마음이 변하여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끝내 결별해 딴살림을 차리게 될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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