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집권보다 당권에만 관심?
고하승
| 2014-11-17 15:12:01
"'친문(親文, 친문재인)'세력은 집권에는 관심이 없고 당권 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당내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친노계를 겨냥한 발언이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중앙당 당직자출신으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의 강연회에서 "친문 계파가 몇 사람이 더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관심이 있는 세력에게 집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른바 ‘쌍문동(문희상-문재인) 비대위’로 규정하면서 “비상대책위가 아니라 계파대책위”라고 꼬집었다.
사실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 대해 ‘쌍문동 비대위’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도파 성향의 김영환 의원도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 부상하면서 ‘문-문 투톱 체제, 쌍문동 체제’가 됐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러면, 당내 비노(非盧, 비노무현) 진영이 이처럼 문희상 비대위체제를 불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친노(親盧,친 노무현) 측의 지원 아래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만큼, 문 위원장이 당권주자인 문 의원을 적극 두둔하는 사태를 우려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우려가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당내 비노진영에서 이른바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고 나서자 문 위원장이 이를 단숨에 거절해 버린 것이다.
실제 박지원 비대위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 실패해 10년째 야당을 하고 있다"며 "차기에는 반드시 집권을 해야 되는데, 당권과 대권의 분리가 승리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손학규계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양승조 의원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맞다”며 “대선주자가 당 대표를 하면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고 특정 인물에게 모든 시선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86 운동권 출신의 우상호 의원도 “대선 후보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대표 선출 이후 다른 계파의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가세했다.
실제 문 위원장은 당권ㆍ대권분리론에 대해 "당헌에는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대선 1년 전에 그만두라고 나와 있다"면서 "당대표 임기가 2년이고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전대에 나오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분리론을 제기한 측을 향해 "자기가 불리하니까 누구를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괜히 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문 의원이 출마하려고 마음먹을 경우, 그 누구도 당내에서 이를 명분으로 제동을 걸기는 어렵게 됐다. 더구나 문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문제는 그의 출마가 정말 비노 진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집권보다는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냐 하는 점이다.
집권을 위한 선택이라면 모르되 당권을 위한 것이라면 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일단 당권출마설로 인해 문 의원의 집권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를 보자.
문 의원의 지지율이 1.8%P 급등하면서 13.9%를 기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2위로 한 계단 뛰어 올랐다. 사실 문 의원의 지지율은 근 4개월 가까이 김무성 대표에게 뒤쳐져 있었다. 그런데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을 두고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18.3%)에게는 밀린다.
현 시점에서 단순히 집권가능성만 보자면 아직은 박 시장의 상대가 못되는 것이다. 만일 그런 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들 것이고, 결국 당은 그로인해 깊은 갈등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비노 신당’이 창당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문 세력이 집권보다는 당권에만 관심이 있다’는 박주선 의원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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