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 서비스와 축제
정찬민 용인시장
정찬민
| 2014-12-16 17:34:04
지자체들마다 차별화된 축제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몇 지역축제가 도시의 문화상징이 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경제효과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축제란 문화관광상품이기 전에 시민을 위한 문화행정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 고장과 지금의 삶에 자긍심과 만족감을 주는 공공서비스를 말한다. 특히 지역의 역사가 살아있는 전통축제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배울 거리를 제공하는 문화행정의 정점에 자리한다. 하지만 문화행정은 단기적 경제효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축제에는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며 축제 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행정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전통축제는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문화의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는 게 필자의 축제 지론이다.
올해로 용인지명 탄생 600년을 맞는 우리시는 도농복합시로 아직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지역이 많다. 이러한 지역특성으로 마을제례형 축제,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이렇게 읍면동 마을 단위로 열리는 전통놀이나 축제가 주민 주도형의 지역축제로 발전하고 있는 점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런 축제들이야 말로 용인시만의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라고 보기 때문이다.
백암백중문화제는 음력 7월 15일 백중날 농민을 위로하던 백암 백중놀이를 40년만에 복원한 축제다. 미평리 미륵고사제는 원삼면 미평리에 있는 약사여래입상 앞에서 정월 초 마을의 번영과 주민건강을 기원하며 열리는 고사제이다. 350년 된 거목이 자리한 느티나무 군락지에서 2006년부터 열려온 갈곡마을 느티나무 문화제 역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는 지역행사로 자리잡았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을 마을의 정신적 토대로 삼아 수백년 내려온‘상하동 지석제’는 지난 11월 28일 ‘상하동 지석문화축제’로 새롭게 선보였다.
남사면 아곡리에서 열리는 처인성문화제는 대몽항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전인 처인대첩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는 행사이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포은 정몽주 선생(1337~1392)은 용인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로 자리잡았다.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문수산 자락에 선생의 묘가 있다는 지리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조선시대 국장행렬을 재현한 전국 유일의 천장행렬 퍼레이드, 전국의 유림 200여명이 모여 옛 과거장을 재현하는 전국한시백일장, 청소년국악경연대회, 백일장과 사생대회, 그리고 각종 전통문화체험교육 부스들은 특히 호응이 높다. 필자도 올해 10월 5일 초헌관으로 추모제례에 참여했다.
이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의 의식을 차용해 제례악과 일무(佾舞-제례무용) 등이 함께 재현된 행사다. 이제 용인시에서 포은 콘텐츠는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로 확장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전형이 됐다.
11월 14일부터 사흘간 용인포은아트홀에서는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창작 뮤지컬 ‘포은의 노래’가 상연됐다. 용인지명 탄생 60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행사였다. 이 무대는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와 철저한 역사적 고증,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웅장한 연출 등으로 공연장 전석을 메운 관객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필자는 ‘포은의 노래’가 전 국민의 뮤지컬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2014년 ‘청말 띠의 해’ 갑오년(甲午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우리 용인시는 그동안 재정난의 주범이었던 경전철과 역북지구 개발 등 현안 해결의 실타래를 푸는 한 해였다.
건전재정의 토대를 굳히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문화행정을 본격적으로 펼칠 때가 왔다. 그동안 용인시의 재정난으로 지원규모가 줄어 축소됐던 지역축제를 이제부터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뮤지컬 ‘포은의 노래’의 피날레곡으로 울려 퍼진 정몽주 선생과 아이들의 합창 ‘꿈꾸는 사람’이 새해 을미년(乙未年) 양띠의 해에 ‘사람들의 용인’으로 하나씩 실현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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