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당권후보자들, 눈치도 없다.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5-02-03 15:48:47

▲ 이기문 변호사 야당인 새정치 연합의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고, 후보자들간의 공방은 네거티브로 치닫고 있다. 요체는 '당권 대권 분리론'이다. 게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 룰’ 문제로 서로 감정적인 싸움에 들어가 있다. 전당대회 준비위에서 문재인후보의 주장을 받아 들여 룰이 바뀌었다. 이어서 열린 JTBC 토론회에서 박지원후보는 ‘문후보가 대표와 대선후보까지 하는 것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며 이를 친노의 횡포, 만횡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박지원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친노와 비노와의 싸움’으로 몰고가고 있고, 문재인후보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제발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동교동계는 박지원 후보를 밀어주는 형국을 취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다.

일전에 어느 야당인사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대뜸 물었다. '누가 당권을 가져야 하는가?'

그래서 난 그에게 되물었다. 민심은 어느 입장인가요?

그랬더니 그는 민심은, 즉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고 했다. 그런데 뭐가 걱정이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 하지 않는다고 직설했다. 나는 그에게 '그렇다면 내년 총선과 그 다음의 대선은 벌써 졌네요...'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물었다. 한번 분석해보자!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경상도 유권자는 전라도 유권자의 세배정도가 된다. 경상도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6.2%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라도와 광주를 합쳐야 전체 유권자의 10.2% 정도이다. 이러한 유권자 대비를 살펴보면, 아직 까지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을 탈피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사정을 감안하면, 지역주의가 깨어지지 않는 한, 좀처럼 전라도에서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는 어려운 일이다.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박지원 후보가 들고 나온 이론이 '당권 대권 분리론'이다. 이 이론은 경상도 출신의 대선후보자를 전제로 하는 개념일 수 있다. 누가 대권후보가 되던, 당권을 휘어잡으면, 야당의 프리미엄만 가지고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계산을 할법하다.

하지만 굳이 경상도 출신의 대선후보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당원 구조를 들여 다 보면, 전라도 출신의 대선후보자가 대선에서 당선되기가 더 더욱 어려운 구조이다. 그런데 '당권 대권 분리론'이라니....

그 옛날 김대중 총재가 당권을 가지고 있던 시절, 박지원 후보는 김대중총재의 비서실장이었다. 그 시절 박지원후보는 '당권 대권 분리론'을 주장한 일이 있었던가? 당을 장악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김대중 후보도, 본선에서 얼마나 어려운 선거를 치루어야 했던가! 게다가 충청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공화당 총재를 업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었던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박지원 후보의 당권 대권 분리론은 지금으로선 야당이 차기 대선에서 필패할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그가 당권을 잡으면 대선후보를 일사분란하게 만들어 국민적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이라도 과연 갖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면, 당의 일사 분란한 선거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계파싸움에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토론회의 결과는 문재인후보의 지적대로 정말로 저질이다. 그랬더니 박지원후보는 룰을 바꾼 것이 저질이라고 지적한다.

정말로 저질이다. 국민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 국민들은 야당의 전당대회에 큰 관심이 없다.

게다가 지금의 새정치 연합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박지원 후보의 '당권대권분리론'은 공염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새정치 연합의 서울 경기지역의 권리당원은 전북지역 또는 전남지역의 권리당원 숫자와 비슷하다. 새정치연합의 권리당원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전라도 지역의 권리당원이 전체당원의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서울지역의 권리당원 14%, 경기지역의 권리당원이 14% 정도이다. 이번 당원전수 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가 박지원후보로 알려져 있다. 민심과 분리된 당심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 당권을 잡은 들 대선승리가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말이다. 이 점에 대한 복안이 궁금하다. 정말이지 후보들이 국민들에 대한 눈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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