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8전대, 국민시선 ‘싸늘’
고하승
| 2015-02-04 15:50:58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제1야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여당의 원내대표 경선보다도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예정에 없던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마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흥행에 고전 중인 새정치연합 당권 레이스는 계파와 지역주의에 매몰된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당내에서조차 '우물 안 경쟁'이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25%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에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응답을 ‘무효’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감정싸움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작년 12월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서 여론조사 시 ‘지지후보 없음’을 별도로 표기하는 내용을 결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응답도 ‘유효표’라는 입장이지만, 문 후보는 그것은 ‘무효표’라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를 키운 것은 당의 공식 기구다.
당초 새정치연합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일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응답도 ‘유효표’라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발표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몇 시간 뒤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응답은 ‘무효표’라며 선관위 결정을 뒤엎고 말았다. 표결처리 끝에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그러자 박지원 후보가 “문재인 대세론에서 박빙론으로, 그리고 이제 박지원 후보가 앞선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경선 투표 실시 하루 전에 룰을 변경했다”며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경선 규칙을 바꾼다든지, 또는 지난번 전당대회나 지난번 지방선거 때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룰을 만든다든가 하는 것이, 경선룰을 바꾼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지지후보 없음’을 여론조사에 합산하지 않는 것은 지난번 전당대회 때도 했던 방식이고, 지난번 지방선거 때도 했던 방식이다. 우리 시행세칙에도 그런 규정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안에 저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를 두고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겠는가.
이인영 후보조차 “그동안 국민의 관심과는 멀어져있는 당권, 대권 논쟁, 또 패권과 당권을 둘러싼 계파 지역 갈등, 그리고 우리끼리 치고받는 부정선거 시비, 충청권 총리후보 논쟁, 최근에 이르러서는 여론조사 규칙 등을 둘러싼 우리끼리의 소모적인 정쟁,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굉장히 실망을 많이 드렸다”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위기상황이다.
당장 2.8 전대 직후 치러질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앞이 안 보인다.
이번에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은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등 3곳으로 모두 야당 강세지역이다. 과거 야권연대를 통해 옛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구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지역이라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성남 중원의 경우 이미 새누리당은 신상진 전 의원을 공천하고 느긋하게 선거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서을은 천정배 전 장관의 국민모임 후보설로 뒤숭숭하다. 이미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는 3곳 모두 독자후보를 내겠다며 사실상 새정치연합에게 선전포고를 한 마당이다.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은 김철수 양지병원장과 오신환 새로운공동체 공존 상임대표가 경선을 벌이는 등 후보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4.29 보선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성적, 즉 3곳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야권의 정계개편은 가속화 될 것이고, 결국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 퇴진론도 높아질 것이다. 당권주자들 모두 ‘분당은 안 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어쩌면 이미 탈당은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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