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8 전당대회가 분당대회?

고하승

| 2015-02-09 14:59:41

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가 ‘분당(分黨)대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이 유지될 수도 있고, 쪼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4.29 보궐선거의 성적표가 문재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재인 퇴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4.29 보선이 문 대표의 첫 시험대인 셈이다.

물론 이번에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은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 을 등 고작 3군데에 불과하다. 규모 면에서 보자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더구나 이들 선거구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강제해산 된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역구로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로 승리를 일궈낸 곳이기도 하다. 야당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체제는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후보 난립이 가시화됨에 따라 3곳 완승은커녕 어쩌면 단 한곳도 승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옛 통진당 소속 김미희, 이상규 전 의원이 이미 재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는가하면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도 3곳 모두 독자후보를 내겠다며 강력한 선거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선거구마다 4명의 야권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중원은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 하는 결과를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옛 진보당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소한 10% 안팎은 얻을 것”이라며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여기에 국민모임과 원내유일의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독자후보를 내면 새정치연합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체제가 출범과 동시에 퇴진론에 직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새누리당이 9일 관악을에 오신환 당협위원장을 공천하고, 앞서 지난 2일엔 성남 중원에 신상진 전 의원을 공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표로서는 당내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승 공천’을 해야만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딱히 그런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서울 관악을의 경우를 보자. 새정치연합에서는 김희철 전 의원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친노 정 위원장 쪽으로 공천의 무게 추가 기울면 김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 배수진을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38%를 차지한 이상규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 전 의원마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새정치연합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에도 공천과정에 야권연대 파트너였던 이정희 통진당 후보 측의 위법성을 문제 삼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28%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모임에서도 조국 서울대 교수 등 깜짝 인사를 낸다고 공언하고 있다.

성남 중원의 경우는 어떤가. 새정치연합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과 홍훈희 변호사, 정환석 현 중원지역위원장 등 3명과 현 비례대표 은수미 국회의원 등 4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이들 모두 이미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에게 밀린다는 후문이다.

특히 천정배 전 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서 국민모임 신당후보로 야당 텃밭인 광주 서을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유일하게 기대했던 광주 서을 선거마저 새정치연합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아직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문재인 대표체제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3대 0’완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연합 이탈자들이 속출할 것이고, 결국 새로운 ‘중도신당’의 탄생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어쩌면 4.29 선거의 승패가 문재인 대표체제의 목숨 줄을 움켜쥐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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