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가 몰고 올 사회적 변화는?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5-03-03 14:21:20

▲ 이기문 변호사 대법원에서 부부강간죄를 처벌하는 순간부터, 간통죄의 위헌성 문제는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부라고 하더라도, 배우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면, 부부강간제가 된다는 논리의 당연 귀결로 간통죄문제는 위헌 결정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간통죄의 본질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혼인계약이라는 법률적, 사회적 제도를 선택하였으면서도, 일방 배우자로서 상대방과의 정조의무를 지키지 아니하고, 혼인 외의 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하여 이를 국가가 간섭하여 범죄행위로서 형벌권을 행사하는 데 있었다. 일종의 정조의무위배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행사였다.

실제로 간통죄을 처벌하는 순수 목적은 부부 간의 정조의무를 보호하자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계약상의 의무 불이행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채무불이행죄가 없는 이유다. 혼인도 혼인계약의 결과로 이루어지기에 순수하게 보면 계약상의 이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계약의 이행과 가정의 보호와는 법적으로 그 취지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성의 개방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하나의 기본권으로서 자리 잡고,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법원이 부부강간죄를 유죄로 보면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들 중에서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위헌의견은 아주 흥미롭고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첫 번째, 배우자가 있는데도 단순한 성적 쾌락을 위해 혼외 성관계를 맺는 경우, 두 번째, 현재 배우자보다 더 매력적인 상대와 사랑에 빠진 경우, 세 번째, 혼인이 사실상 파탄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랑의 상대를 만난 경우 등으로 나누어 위헌의견을 제시하였다.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경우는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반사회성이 심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단순한 성적 쾌락을 위하여 혼외 성관계를 갖는 경우와 현재의 배우자보다 더 매력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 사랑에 빠질 수는 있지만, 전자의 경우와 비례해서 간통으로 여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들 세 경우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그의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든 위헌 의견이었다. 그리고 미혼인 상간자의 경우 애당초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의 존재 및 그 위배라는 개념을 자리 잡을 여지가 없다. 이 경우, 미혼인 상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인 상간행위에 대하여는 법적인 처벌보다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그리고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추궁 등을 통하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도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

어쨌든 이번 간통죄 위헌 결정은 우리 사회를 상당히 변화시킬 것이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하여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금지한 만큼, 성적 자기결정권을 기초로 한 성의 자유화 물결은 그 대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며, 이제 혼인계약상의 정조의무 불이행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이나 가사소송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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