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고하승
| 2015-03-25 15:12:53
새정치민주연합이 25일 기여율과 지급률 등 개혁안 논의의 핵심 수치를 밝히지 않은 애매모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이날 공무원연금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을 현행 7%에서 α만큼 높이고, 연금지급률(공무원이 받는 연금액 비율)을 현행 1.9%에서 β만큼 낮추는 안을 공개했다.
현행 공무원연금으로 단일화된 부분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상당분으로 이원화 해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와 국민연금 동일산식을 적용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설명회를 열고 “적정 노후소득의 보장을 위해 중하위직 공무원연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더 내고 덜 받는다'는 것과 국민연금식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얼마를 더 내고 얼마를 깎을 것인지, 또 이를 정하는 기여율과 지급률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알파’와 ‘베타’라고만 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재정절감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할 수가 없다.
재정절감 효과가 알마나 되는지 추계하기 위해선 기여율과 지급률, 지급개시 연령 연장 여부, 소득대체율 등을 확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재정추계를 해보니 새누리당안보다 훨씬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닌데, 이렇게 뜬구름 잡는 식으로 해서야 될 말인가.
이 같은 야당의 개혁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즉각 "실망스럽다"고 비판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실제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명확한 수치 대신 애매모호한 표현뿐인 야당 개혁안은 기다리느라 허비한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허무하다"며 "개혁의 취지를 실현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모호한 개혁안을 공개한 데에는 공무원노조의 ‘눈치 보기’가 작용했을 것이다. 야당안이 공식화될 경우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마냥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버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이에 대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투본은 이날 야당의 기자간담회 직후 "당사자 합의 없는 정치야합을 반대한다"며 "신의를 저버린 채 새정치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을 발표하면서 107만 공무원을 기만했다"고 반발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새누리당 안보다 더 큰 재정절감 효과가 있는 안을 오늘 새정치연합이 발표했는데 이 말은 그 재정절감 효과만큼 공무원들에게 큰 고통이 된다는 사실"이라며 "공투본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안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공무원노조의 눈치 보느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했음에도 그들에게마저 외면당하고 만 것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도 "명확한 수치 대신 애매모호한 표현뿐인 야당 개혁안은 기다리느라 허비한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허무하다"고 탄식했다.
이래선 안 된다.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선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당당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노조의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에 있어서 뭔가 감추는 게 있는 듯, 음습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 공무원 연금개혁안조차 투명하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어찌 국민이 그런 정당을 믿고 지지를 보낼 수 있겠는가.
만일 이번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완패 한다면 그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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