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이 불행의 원인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남영진
| 2015-03-29 12:17:28
같은 온대기후인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지난 20일을 ‘세계행복의 날’로 정했다. 버찌꽃 복사꽃이 흐드러진 뉴욕 허드슨강 가에 있는 유엔은 가장 좋은 계절에 행복의 날을 정했나보다. 근데 올해는 우리나라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별로 봄기운을 못 느끼듯이 국민들의 행복감도 날씨와 비슷한 거 같다. 정부는 미국의 사드배치와 중국의 AIIB가입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개인은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난과 ‘오포세대’라 불리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갑질사회와 감정노동자등 뉴스는 온통 열 받는 것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올해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가 118위였다. 상위 4분의3에도 못 들고 하위 20%정도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94위여서 대충 위로부터 3분의2 안에는 들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24계단이나 추락했다. IS와 내전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가 우리보다 조금 순위가 높고 이스라엘과 매일 싸우는 팔레스타인과 비슷한 수준이란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로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소아시아의 터키 그리고 유고연방국이었던 세르비아와 소련해체로 독립한 코카서스지방의 조지아(그루지아), 러시아의 침략위협을 느끼고 있는 발트3국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빈국인 네팔, 방글라데시 정도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44개국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일본(8%)와 함께 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100명중 9명만이 “현재의 삶이 괜찮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면 별로 틀린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으로 상위 10%정도만이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물론 경제적 요인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가족의 사별, 병치레 등 건강이나 개인의 취업과 승진등 요인도 크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은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거 같다.
위의 갤럽조사에서 하위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는 안보와 전쟁위험이 큰 나라들이다. 이라크 팔레스타인은 내전을 겪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외침위협, 테러가능성등 안보면에서 취약하다.
그런데 아시아의 네팔과 방글라데시는 안보보다는 절대 기아의 위험을 겪고 있다. 행복도 설문 조사지의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뉴스에서 중요지수가 ‘긍정적 경험지수’라는 것을 봐서는 경제적인 것보다는 전반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행복감은 오히려 뇌속 호르몬분비의 결과라 했다.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흥분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으면 엔돌핀이 솟는다. 칭찬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돼 “고래도 춤추게 된다“. 이를 계속 느끼려고 인위적으로 담배나 마약흡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순간적인 것이고 가정의 단란함이나 남을 돕는 데서 오는 기쁨은 세라토닌을 분비시켜 최고의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해왔다.
행복은 외적 조건이 반영이자 인간내면의 감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나라로서는 우선 국가안보 등 국민행복지수 향상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국민들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행복감은 내면의 감정이므로 자신이 수양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위만 쳐다보지 말고, 사촌이 땅을 사면 자신 일처럼 기뻐해야 행복해진다. “행복해야한다”는 강박감이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만든다. 편히 살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단계설로 인간행동의 동기를 설명해왔다. 태어나서부터 느끼는 식욕, 수면욕등 생리적 단계, 이어 집이나 옷등 안전의 욕구등이 충족되면 남들에게 인정과 사랑받으려는 사회적 욕구, 더 높은 존경과 명예를 얻으려는 욕구를 넘으면 성인수준인 자아실현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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