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강국이 되는 법··· 서로에게 어깨를 내밀라!
이영환 건국대 교수
이영환
| 2015-04-14 17:08:25
사실 위오바오의 급격한 혁신은 중국의 상황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중국은 자금시장의 이자가 인위적으로 왜곡되어 있어서 일어날 수 있었다. 우리 나라는 자금시장이 통합되어 있어서 왜곡된 금리 시장이 없는데다가 온라인 시장이 발달해서 중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오바오와 유사한 충격적 혁신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는 예측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안일한 시각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금리는 인위적으로 왜곡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당국의 과도한 규제에 의해 왜곡된 곳이 워낙 많다. 왜곡된 곳은 쉽게 공격 당할 것이고 충격적 혁신은 바로 그런 곳에서 시작한다. 게다가 세계 경제 포럼(WEF)에 의하면 한국의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은 80위로 케냐 네팔보다도 낮다. 게다가 은행의 건전성은 122위에 불과하다. 이렇게 경쟁력이 낮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약간의 외부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없다. 중국에서의 위오바오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국내의 금융업이 겪는 충격의 정도로 보면 그와 유사한 정도의 파괴적인 혁신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충격을 가져올만한 국내의 핀테크 기업이 아직은 없다. 외부의 기업 즉, 알리바바, 구글, 애플 같은 거대기업들이 들어와서 혁신을 주도한다면 당장 외부 기업에 의해 금융산업 자체가 붕괴될 개연성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금융산업의 붕괴를 막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대답하기 전에 잠깐 시선을 돌려 우리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친숙한 뉴턴의 이야기를 잠깐 생각해보자. 만유인력뿐만이 아니고 뉴턴은 미분법을 발견하고 광학을 학문으로 정리했다.
“만약 내가 남들과 달리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네” 젊은 나이에 광학이론을 정리한 후 뉴턴이 그의 동료에게 썼던 편지 글이다. 이 글에서 그는 자기 자신의 업적은 사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있던 작은 난장이가 멀리 본 것에 불과했다고 고백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거인들은 직접적으로는 데카르트이고 멀리는 갈릴레오와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까지 연결이 된다. 이 글에서 자기 자신이 작은 난장이었다고 고백하는 뉴턴의 겸손함이 잘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깨를 내미는 거인이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 어깨를 내밀어줄 때 수많은 난장이에게 거인이 될 기회를 준다. 그런 구조를 생태계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의 핀테크 산업은 생태계를 시작해 줄 거인이 없다. 거인은커녕 난장이 밖에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에서 바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에 걸쳐서 반도체 산업이 일본과 유럽의 기업들에게 기술적인 우위를 잃고 표류하고 있을 때였다. 급격한 변화와 복잡성과 고비용의 환경에서 개별 연구소를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지속할 수 없는 부담이었고 경쟁력은 떨어지고 리더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 반도체산업연합회는 연구 협력을 제안하고 SRC라는 비영리법인을 발족시켰다. SRC의 목표는 1) 연구의 결과와 2) 잘 훈련된 인력의 양성이었다. SRC는 회원사들과 대학교의 긴밀한 연구협력을 통해 지식창조가 확실하게 되도록 연결했다. SRC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이들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제고했고 이제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국제적인 단체가 됐다.
SRC의 스토리는 어깨를 내줄 거인이 없을 때 어떻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 시사한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어깨를 내주는 것이다. 오늘 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관계자들과 핀테크 산업 관련자들에게 제안한다. “거인은 아닐지라도 지금 당신의 어깨를 내밀어 주세요” 혹시 자신은 거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거인이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데 일조해 달라는 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많은 핀테크 관련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 단체들이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단체들이 아니고 어깨를 내밀어주는 단체가 되기를 원한다. 서로 어깨를 내밀어 도와주고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세계적인 거인들을 만들어내는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금융과 핀테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금융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도전해 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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