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갈치 러시아 명태...다국적 식탁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남영진
| 2015-05-05 11:35:39
고추야 아직 청송 영양의 태양초등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추장은 우리만 먹기 때문에 우리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장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콩이 전량 미국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 국산비율은 10%도 안될 거다. 여기에 짠맛을 내는 소금도 우리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은 너무 비싸 대부분 싼 중국산을 쓰니 간장공장의 기술자나 시어머니의 노하우나 손맛정도가 우리 것이라 할까.
생선조림을 전문으로 하는 대중식당에 붙은 원산지 표시에 놀랐다. 김치 양파 야채 등은 중국산, 명태는 동해서 아예 안나니까 당연 러시아산(러시아어선이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일부 오염이 되어있는 일본의 동해, 혹카이도 남쪽 해역에서 잡은 것을 사서 일부 공급한다는 설이 있음), 그리고 쭈꾸미는 당연 서해산으로 알았는데 비싸서 말레이지아산을 쓰고 있었다. 전복은 필리핀산, 새우는 베트남, 게는 태국산등 동남아 더운 바다의 어종들이 주축이다. 전복 대하 꽃게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지만 가격경쟁에서 이들에게 밀린다. ‘신토불이’를 하고 싶어도 서민들에겐 비싸서 어렵다.
명태가 금태가 된지는 오래됐다. 오죽해서 동해서 잡은 알밴 생태는 포상금이 붙었다. 거의 천연기념물 취급이다. 한때 꼬득꼬득한 알이 일미인 도루묵이 고갈돼 겨울 한철 고성포구에 가야 얼굴 구경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일본쪽에서 일시 보호어종으로 지정해 이제 동해에서 많이 볼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명태를 대구의 일종으로 본다. ‘입뽀족한 대구’(스케베 다라)라고 한다. 두 고기다 회로 먹기는 맛이 없어 탕(지리)이나 어묵 만드는데 쓴다. 하기야 우리입맛에는 최고인 굴비 만드는 조기도 어묵용으로 쓴다니 맛을 느끼는 차이가 크다. 같은 명태라도 일본 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우리 동해 것보다 싱겁다. 우리 것이 더 ‘꼬리꼬리한’ 맛이 나는데 이 맛을 우리는 ‘동태탕’의 진맛으로 느낀다고 한다.
명태대신 우리에겐 더 고급어종으로 취급받는 대구가 흔해졌다. 전통적으로 겨울에 많이 잡던 거제도 가덕도 연안에 치어방류가 성공해 오호츠크해 쪽으로 떠났던 대구들이 성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가덕도 근처 바다에서 대구 잡는 광경을 TV로 본 적이 있다. 경험 많은 선장이 근처 높은 산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올라가 대구떼를 기다리다 망원경으로 이를 확인하고 깃발로 배에 지시하는 전통적인 고기 잡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물론 재래시장의 어물전에 가보면 명태로 보이는 것들이 다 작은 대구들이다. 값도 싸다. 전에 명태잡던 그물로 북쪽 찬바다로 올라가던 어린 대구를 동해서 잡은 것이란다.
이게 문제가 됐다. 남태평양 참치잡이는 유럽, 미국에서 멀고 일본 등 여러 나라가 함께 잡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근데 유럽에서 보면 자기들의 뒷마당이라 할 수 있는 세네갈 앞바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근처의 참치잡이가 아니라 이들의 먹이가 되는 갈치 쥐치등의 씨를 말리는 행태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을 거다. 그래서 EU가 2013년11월 우리나라를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과 함께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유럽에 생선 수출도 못하고 한국국적 어선이 유럽항구에 입출항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하고 거의 100억원을 들여 원양어선의 위치추적장치 보강등 불법어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 유럽각국에 재발방지 호소가 먹혀 지난4월21일 드디어 불법어업국에서 해재됐다. 1년반만에 해제돼 다행이다.
동해의 도루묵회귀에 이어 ‘명태 실종, 대구 풍성’등의 예를 보면서 이제 세계의 큰바다까지 고기의 씨를 말리는 불법조업에서 ‘길러서 잡아먹는’ 양식어업으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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