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兮要我 (청산혜요아)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5-05-18 17:39:27
홍준표, 그는 5공 시절 알려지지 않았던 검사였다. 그는 당시 황태자였던 박철언 의원을 구속했다.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비슷했다. 홍준표 당시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결국 진술을 가지고서 유무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문제는 돈을 주었다는 정덕진 동생인 정덕일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당시 정덕일의 진술은 검찰 측 증인이었고, 검찰은 그를 통제하였었다. 물론 정덕일 진술도 조작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덕일이 돈을 주는 것을 자신의 집에서 1초 동안 보았다는 홍성애 라는 여자의 진술이 증거로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홍 검사는 홍성애의 진술을 법정에서의 증언이 아니라,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절차, 다시 말해서 증거보전절차를 통해서 확보를 해두었고, 그 후 홍성애를 빼돌렸다. 그녀는 해외로 떠났고, 법정에서 그녀의 증언을 들을 수 없었다.
홍 검사는 당시 형사소송법 제221의 2조 제2항을 악용했다. 즉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전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할 염려가 있고 그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십분 이용하여 공판기일 전에 홍성애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를 확보한 후에 그녀를 해외로 빼돌린 것이었다.
이것이 홍준표가 당시 검사로서 한 행동이었다. 그 후 위 형사소송법은 악법으로 헌재의 위헌결정이 났었고, 동 조항은 개정되어 삭제(2007년 6월 1일)되었다.
물증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종전의 형사소송법 조항이 폐지되어 공판 기일 전에 증인신문을 미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쏟아내는 방어방법들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홍 지사가 당시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완구의 항변도 홍준표 못지않다.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취지로 국민적으로 말의 성찬을 늘어놓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면서 필요하면 돈을 받아놓고, 이를 포장하는 기술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들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옹선사의 靑山兮要我 (청산혜요아)라는 글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짧은 인생을 살면서 권력을 추구하는 모양도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경우이든지, 모순, 거짓, 불의, 부조리, 부정, 탐욕 등의 사회현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산이나 창공처럼 티 없이 살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는 나옹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구덩이(부산 가덕도)보다 맨땅(경남 밀양)이 낫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물구덩이든 맨땅이든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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