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를 위한 문재인의 ‘꼼수’?
고하승
| 2015-05-21 12:26:38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21일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특히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전날 밤 서울 노원구 소재 안 의원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려 했지만 미리 연락을 받은 안 의원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거절했다.
그는 대체, 왜 ‘전권’을 준다는데도 혁신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한 것일까?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거절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지만 그는 "당이 안정되면 그때 내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문재인 대표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안철수 의원을 이용하려 했고, 그것을 안 의원이 감지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문 대표는 현재의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를 무력화 시키고 대신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도록 하기 위해 ‘안철수’라는 이름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안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기자들에게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면서 "전날(19일) 혁신위원장과 관련된 사항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위원장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발표를 유보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안 의원이 지난 19일 문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고 '맡기 어렵다'고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위원장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유보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 때문이라는 거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20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을 전제로 혁신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는 문제를 놓고 법리검토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혁신위원장에 전권을 위임하는 문제에 대해 일부 최고이원들 간에 이견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는 점 때문에 반발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는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안철수 의원의 위원장직 거부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셈이다.
아마도 조국 서울대 교수일 것이다. 문 대표가 조 교수를 혁신위원장 유력후보가 되게 하는 데에도 안철수 의원의 이름을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표는 "본인(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은 조금 적절치 못하지 않느냐며 '조국 교수는 어떤가'라고 추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의원은 자신이 조국 교수를 추천했다는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추천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에서 거론된) 조 교수나 안경환 교수 등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에 문재인 대표는 조국 교수에게 멍석을 깔아주기 위해 안 의원을 활용했을 뿐, 실제로 안 의원에게 전권을 줄 생각은커녕 혁신위원장으로 앉힐 의도조차 없었던 것 같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안 의원도 그런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고, 그래서 스스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거부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면 문 대표는 왜 조국 교수를 전권을 쥔 혁신위원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문 대표와 조국 교수는 ‘제2의 열린우리당’창당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조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으로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공천 20-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을 제시했다. 만일 그가 혁신위원장 된다면 이를 적극추진하려 들 것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과 비노 중진 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하려 들 것이란 뜻이다.
그럴 경우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깨졌던 것과 같은 야권분열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년 총선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까?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총선 패배를 빤히 예상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야권분열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목표는 내년 총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 아니겠는가.
조국 교수에게 ‘전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게 하고, 그를 혁신위원장에 앉히려는 문재인 대표의 ‘꼼수’가 이런 것이라면 번번이 이용만 당한 안철수 의원은 어찌해야 하오리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