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野 중심, 안철수냐 손학규냐
고하승
| 2015-06-02 15:32:58
요즘 주변인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만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할 새로운 야당이 생긴다면, 그 중심은 안철수 의원일까? 아니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일까?”
사실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전혀 의외의 인물인 제3자가 야권재편의 중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 의원과 손 전 대표의 현재 처해진 상황을 단순비교하며, ‘새로운 야권의 중심은 누구다’라고 단정 짓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행보를 비교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방식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안철수 의원을 보자. 요즘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문재인 대표가 만나자면 기꺼이 달려가 만났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얼핏 보면 문재인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문 대표와 당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노 인사들과는 물론, 심지어 당 밖의 천정배 의원과도 긴밀한 만남을 가졌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무소속 천 의원과 회동을 가졌다. 그 시점이 미묘하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가 김상곤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인준한 바로 다음 날이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오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비노 핵심 3인방은 4.29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과 친노 패권의 청산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에서도 문 대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안 의원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그로 인해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반면 손학규 전 대표는 되레 조용한 행보가 뉴스거리다.
지난해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토담집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는 “언론이나 주위에서 나보고 정치를 다시 하라고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정치 욕심이 간혹 곰팡이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당이 어렵다고 내가 정치를 다시 한다면 국민에게 더 큰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심지어 손 전 대표는 찾아오겠다는 정치인들마저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토담집 방문을 추진했으나, 끝내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아예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그를 만나보고 싶어 하지만 기약할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쁘게 움직이는 안 의원과 조용한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똑 같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p) 결과에 따르면, 손 전 대표와 안 의원은 '국가과제 실현 전반적 적합도' 조사에서 각각 5.6%를 기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박원순 서울 시장에 이어 공동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안 의원과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은 그 무게가 다르다. 안 의원은 줄곧 차기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이었고, 손 전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대권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것도 본인이 정계복귀에 뜻이 없음을 수차에 걸쳐 밝히고 있는 가운데 얻은 지지율이다.
게다가 찾아오겠다는 유력정치인들의 방문을 극구 사양함에 따라 특별히 정치적 이벤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안 의원은 유력정치인들과의 회동으로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국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이 얻은 지지율이 같다면, 누가 야권재편의 중심이 될지는 불 보듯 빤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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