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개정안의 진실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5-06-07 16:09:16

▲ 이기문 변호사 청와대와 여당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의 진실은 무엇일까? 국회법 제 98조의 2의 제 3항은 기존 규정은 “상임위원회는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없이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규정 후단 부분을 “..소관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 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개정한 것이다.

상위법규에 위반되는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내용의 수정변경요구로 개정한 것이다. 상위법규에 위반되는 대통령령 등의 수정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당연한 권리이다. 수정 변경 요구권에 어떠한 강제성도 없다. 즉 수정 변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통령령등은 상위법규의 위임의 본지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것은 위임입법의 본질적 한계의 문제이다.

위임입법은 원초적으로 사전, 사후의 통제가 필요하다. 위임입법은 그 성격에 따라서는 위임 명령과 집행 명령으로 나눠질 수 있고, 또 그 효력에 따라서 명령과 규칙으로 분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임입법 중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위임명령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포괄적 위임은 안 된다는 일관된 해석을 하고 있고, 이 점은 대법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대법원의 경우에는 재판의 전제가 될 때에만 사후적으로 통제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위임 입법의 사전 사후적 통제가 바람직하다.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는 이러한 입법권에 의한 사후적 통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정변경 요구가 “행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라고 청와대가 반발한 것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같은 국회의 요구가 과연 행정부의 위임입법권을 간섭하는 것일까?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임입법등의 내용을 통보하여 그 시정 결과를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내용과 수정변경을 요구하여 그 처리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내용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이를 두고 3권 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 대법원도 이러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분명하게 설정해놓고 있다. 즉 “위임명령은 법률이나 상위명령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한 개별적인 위임이 있을 때에 가능하고, 여기에서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는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일률적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이나 상위명령으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나, 이 경우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위임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위임조항이 속한 법률이나 상위명령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목적, 당해 위임조항의 규정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나아가 각 규제 대상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함을 요한다.(대법원 2002.08.23. 선고 2001두5651 판결 건축허가취소처분취소)”고 판시하고 있다.

즉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개별적으로 위임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와 기준은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예측 가능성은 위임조항이 상위법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 목적, 그리고 그 형식과 내용 등을 유기적 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부는 이와 같은 대법원의 취지와는 다르게 보이지 않는 다수의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는 대통령령 등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러한 위임의 본지를 벗어나는 경우 일정한 법위 안에서 국회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변경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법적 통제로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므로 국회가 이를 통제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행정기능의 마비로 돌려 세운다. 사법적 통제로 해결하는 경우 그 소요비용과 소요시간이 장기간 걸리고 그 경우 국민의 불편과 국민이 감당해야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왜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을까?

더욱이 야당에게가 아니라 여당에게 말이다. 한마디로 이는 지금의 여당의 당 대표인 김무성의원과 원내대표인 유승민의원에 대한 경고이다. 이들은 과거 원조 친박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장치 박근혜 이후의 여당의 미래권력의 핵심들이다. 이들의 결단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박근혜식 해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신체제하에서의 청와대권력을 맛을 본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이 여당과의 불협화음도 불사하겠다는 사전 통고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재권력의 속성은 곧 사라질 것이기에 미래권력후보자들과의 타협도 필요하다. 과거 박근혜의원도 김대중 정부시설 이보다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에 서명한 일이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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