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잘못된 선택...‘벼랑 끝 전술’
고하승
| 2015-07-07 15:34:12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어쩌면 그가 스스로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설사 그 자리에서 당장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한다고 해도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매듭짓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당내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우세했었다.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와 아무 관련 없는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자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잘못이 매우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쫓겨나듯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종의 ‘동정론’이 작용한 탓일 게다.
실제로 지난 달 25일 의원총회 당시 유 원내대표 재신임을 논의했지만 의원 대부분이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를 지켜보는 의원들의 생각은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었다. 그런데 여기에 충청권 출신 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가세하고 나섰다.
우선 당장 이인제 정우택 이장우 김태흠 김현숙 박덕흠 경대수 정용기 박창식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당·정·청 혼연일체를 위해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거취를 표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비례대표 의원들도 최근 유승민 사퇴 불가피론을 제기하며 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당장 8일 열리는 의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유 원내대표가 재심임을 받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되레 불신임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새누리당이 입은 상처는 너무나 크다. 친박-비박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의 갈등 등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문제로 인한 내홍이 당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승민 원내대표 입장에서야 죽고 사는 생사가 달린 문제가 아니다. 고작해야 원내대표 직을 내던지면 그만이다. 그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고 한들 기껏해야 내년 총선에서 공천 불이익을 받는 수준일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아 최악의 경우라고 해 보았자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 이상은 없을 것이다.
그런 판단에서 그 스스로 벼랑 끝에 섰을 것이다. 그런데 그 벼랑 끝 전술이 너무나 위태로워 보인다.
여차하면 혼자 죽지 않겠다는 결기까지 엿보이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실제 유 원내대표 한 사람으로 인해 집권 여당은 물론 당정청 등 여권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실 유 원내대표에게는 명예로운 퇴진의 기회가 있었다.
6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 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원내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되, 사퇴 시기는 7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하고, 20일로 예정된 추경예산안까지 모두 마무리한 날로 분명하게 못을 박는 것이었다.
필자가 지난 5일 ‘유승민 사퇴론 해법 있다’제하(題下)의 칼럼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유 원대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었다.
만일 친박계의 요구대로 6일 국회법개정안 재의 부결 직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친박계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 비춰질 것이고 반대로 지금처럼 입을 꾹 다물고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당은 혼란의 나락 속으로 빠져 들 것이고, 결국 유승민 정치인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그런 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만일 유 원내대표가 필자의 제안을 받아 들였더라면, 그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일만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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