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하라

고하승

| 2015-07-28 14:46:14

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실시와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의원정수 확대-예산 동결’의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회의원이 참 일꾼이라면 국민들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일꾼을 뽑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도 “국회예산은 동결하고 의원특권을 줄이면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시민에게 해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행정부 통제가 강력해져 시민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가량은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해도 비례대표와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ۮ.4%p)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응답이 57.6%로 찬성(27.3%) 응답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15.1%였다.

특히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찬성 21.0% 대 반대 72.1%)에서는 반대가 70%를 넘었고, 무당층(17.8% 대 53.9%)에서도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찬성 22.4% 대 반대 66.9%)에서 반대가 가장 많았고, 이어 대전·충청·세종(29.8% 대 60.4%), 경기·인천(28.5% 대 57.6%), 부산·경남·울산(23.6% 대 57.5%), 서울(30.0% 대 52.5%)순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안방격인 광주·전라(25.9% 대 52.0%) 에서도 반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론이 결코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은 의원정수 확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핵심이라며 한발 물서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현재의 선거제도는 지역주의에 편승한 독과점 거대 양당이라는 괴물을 키워냈다"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실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최인호 혁신위원은 지난 27일 밤 자신의 SNS에 ‘영남의 한 정치독립군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원정수 확대 문제만 부각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본 뜻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정수를 지역별로 균등하게 나눠 해당 권역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를 실시할 경우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선 새정치연합 비례대표가, 새정치연합의 안방인 호남에선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면에서 영호남 지역패권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의원정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은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구제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김상곤 위원장도 "현재의 선거제도는 지역주의에 편승한 독과점 거대 양당이라는 괴물을 키워냈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그의 지적처럼 ‘지역주의에 편승한 독과점 양당체제’를 끝장내는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일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2등 혹은 3등까지 당선시키는 제도로 여권 텃밭에서 야권 후보도, 반대로 야권 강세지역에서 여권 후보도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제도는 이른바 ‘제 3의 정당’에게 길을 열어주는 제도이기도하다. 김상곤 위원장이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어쩌면 ‘제3의 정당’이 만들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될 경우 ‘제3의 정당’후보가 영남권에선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후보를 제치고 2위 당선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호남권에서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후보를 밀어내고 2위 당선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망국적인 지역패권주의를 끝낼 수 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 문제의 본질이자 핵심인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 즉 자신의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여야 의원들의 추악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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