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보수 약정 무효 판결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 2015-07-28 15:26:57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 판결의 영향은 지대할 것이란 생각이다. 변호사업계의 수임관행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대법원의 논거는 이렇다.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인권 옹호 등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재판부는 특히 전자의 경우에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대가와 결부시킨다는 점에서 인권옹호업무등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의 결과는 검사와 판사가 하는데, 그 결과의 대가를 변호사가 혼자서 취하는 것이 공공성을 해하는 것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판사들의 평소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보인다.
왜 혼자서 검사와 판사가 한 수사와 재판의 결과물을 변호사들이 취하느냐라는 라는 그들의 평소 생각 말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그와 같은 판단은 수사와 재판을 검사와 판사가 단독으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판단으로 보인다.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들인 노력을 판사들은 보지 않으려고 한 듯하다. 성공보수의 약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변호사들이 자신의 노력을 금전화하려는 자본주의 시대의 당연논리의 반영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논리를 흔드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변호사의 업무는 수사와 재판의 담당자에게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업무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의 자료가 되는 모든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 변호사의 직무이고 사명이다. 돈의 유혹이나 검은 거래가 아니라 수사 자료의 제공과 변론 자료 및 논리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데도 이를 외면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 판단이 더욱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이를 형사사건과 민사사건등과는 구별해서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형사사건에서의 노력과 민사사건등에서의 노력이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별했다는 것 자체가 대법원의 논리가 극히 이중적이라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이는 법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는 법논리적이지 않는 것이다. 불기소·불구속 등과 같은 특정수사단계의 ‘성공’을 전제로 계약을 맺는 수임구조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임을 그들은 간과했다. 우연한 토지에서 석유가 나오는 경우도 토지의 공공성에 비추어 무효라는 논리와 동일한 이치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성공보수는 무효인데, 착수금은 유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도 합당치 않다.
오히려 대법원의 판단은 의뢰인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염려마저 있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인 계약체결의 자유의 근간을 흔들고, 힘있는 의뢰인들과 힘없는 의뢰인 사이의 법 앞에 평등마저도 흔들어 버릴 염려가 있다. 더 나아가 의뢰인들은 착수 당시 자렴한 가격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상실되어지거나 제한될 염려가 있다.
헌법재판소 앞에 갔다가 와야 할 판결이 아닐까 싶다. 헌법재판소에서의 최종 결정이 어떤 것이든 간에 이 판결의 사후 파장은 제법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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